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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시장과 불통..대가는 컸다

  • 2015.01.13(화) 17:02

현대글로비스 하한가 마감..시총 1.7조원 증발
시장 "대규모 딜임에도 설명 없어..소통부재 여전"

현대차그룹이 시장과의 소통 부재에 따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지난해 9월 한전부지 인수에 이어 이번에는 대규모 블록딜 무산으로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추풍낙엽'이 됐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시장과의 소통 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전부지 인수 당시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락한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블록딜도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틀어진 승계 시나리오

현대차그룹은 13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글로비스 지분 블록딜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블록딜이 무산된 것은 물량이 너무 많아 이를 시장에서 소화할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이 블록딜로 내놓은 주식은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주식의 약 13.39%에 달하는 규모였다. 액수로는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블록딜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과 승계를 위한 실탄 장전에 나설 계획이었다.


▲ 현대차그룹은 이번 블록딜 무산으로 승계 구도 시나리오 진행에 차질을 빚게됐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물량의 규모가 매우 컸던 데다 조건이 틀어지면서 결국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이 세웠던 계획이 어그러진 셈이다. 정 부회장이 순조롭게 승계를 하기 위해서는 현대차그룹 순환출자고리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이 필요하다.

하지만 블록딜이 무산되면서 승계 계획이 차질을 빚게됐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블록딜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록 블록딜은 무산됐지만 승계를 위한 구도는 명확해진 만큼 이대로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 현대글로비스, 하루만에 시총 1.7조 증발

현대글로비스 지분 블록딜이 실패하면서 매각 대상이었던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장 시작과 동시에 하한가로 직행했다. 결국 이날 하한가인 25만5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하루 동안 시가총액 1조7000억원이 날아갔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전일대비 11.55% 오른 26만5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은 현대차그룹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려 했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게다가 이번 블록딜을 추진하면서 할인율을 7~12%로 잡은 점도 의미 심장했다. 여타 블록딜과 달리 할인폭이 컸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현대삼호중공업의 KCC 지분 블록딜 당시 할인율은 3.9~6.8%였다. 


오너 일가가 싸게라도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다. 시장에서는 향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현대글로비스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현대차그룹도 그동안 현대글로비스 기업 가치 제고에 힘을 기울여 왔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올라갈수록 정 부회장은 실탄 확보가 용이해진다. 실제로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연초대비 46% 가량 오른 상태였다.

정 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대량으로 블록딜하려 했다는 것은 그룹차원에서 현재의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꼭지점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승계를 위한 치밀한 계산 끝에 지금이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 '소통 부재'가 블록딜 무산 불렀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방향은 한마디로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는 올리고 현대모비스의 가치는 낮추는 것이었다.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를 올려 최대한 많은 실탄을 확보하고 그 실탄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싸게 많이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현대차그룹은 지금이 현대글로비스를 이용한 실탄 확보의 적절한 시점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시장은 그 많은 물량을 받아 낼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의 판단 미스였다.

현대차그룹의 판단 미스는 또 있었다. 오너 일가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각함에도 불구 시장에 이렇다할 설명이 없었다. 왜, 무엇때문에 매각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시그널을 주지 않았다.

▲ 시장에서는 이번 블록딜 무산의 원인으로 현대차그룹의 시장과의 '소통 부재'를 꼽고있다. 현대차그룹은 불과 4개월전 한전 부지 인수 당시에도 시장에 10조5500억원을 투자키로 한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의 주가가 한동안 급락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손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이 떠안게됐다. 작년 9월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를 낙찰 받았을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한전부지 낙찰 통보 당일에만 시가 총액 8조4000억원을 날렸다.

그때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10조5500억원을 써낸 배경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이후 현대·기아차의 주가는 계속 급락했다. 현대차는 한때 시가총액 2위 자리도 내줬다. 현대·기아차는 결국 6700억원을 투입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또 배당성향 확대와 중간배당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4개월이 지났지만 현대차그룹의 소통부재는 여전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아무 설명 없이 오너 일가가 보유한 1조원이 넘는 지분을 매각하려 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결국 그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가 이번 딜 무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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