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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승계 일단 '스톱'..블록딜 무산

  • 2015.01.13(화) 10:43

현대글로비스 지분 인수자 못찾아
승계 실탄 확보계획 일단 중단..재추진 나설 듯

'글로비스 지분 매각→모비스 지분 매입→현대차그룹 지배권 확보' 현대차그룹이 그렸던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 계획이 복병을 만났다. 

 

13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주식 매각(블록딜)이 인수자를 찾지 못해 무산됐다. 시장이 받아안기에는 버거웠다는 게 중론이다.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을 소화할 곳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 12일 시간외 매매를 통해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주식 502만2179주를 매각키로 했다. 이는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주식의 13.39%에 달하는 물량이다.


가격은 지난 12일 현대글로비스의 종가보다 7.5~12.0% 가량 할인된 주당 26만4000원~27만7500원 수준이었다. 매각이 성사됐다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이번 블록딜이 무난히 성사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은 그동안 시장이 예상했던 시나리오였다. 물량이 다소 많다는 점이 우려스러웠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낙관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예상이 빗나갔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물량이 많았지만 시장에서 그 정도는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며 "하지만 생각보다 시장이 물량에 부담을 많이 느낀 데다 일부 조건에서 이견이 생겨 무산됐다"고 말했다. 일부조건에 대해서는 "오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여러 시나리오가 제시되기도 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도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통해 후계를 위한 실탄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이 실탄으로 현대차그룹 순환출자구조의 핵심 고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모비스 지분이 전혀 없다.


블록딜이 성사됐다면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3% 가량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블록딜이 무산되면서 승계 시나리오 진행에 차질을 빚게됐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후계 구도 시나리오의 윤곽만 드러낸 셈이 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숨겨왔던 패를 상대에게 보여줬지만 얻은 것은 없었다"며 "이번 블록딜 무산으로 시장의 분위기를 감지한 만큼 현대차그룹은 승계 시나리오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내부적으로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계획이 틀어져 적잖이 당혹스럽다"며 "좀 더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블록딜 재추진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랜 기간 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찾은 시나리오인 만큼 쉽게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단 현대차그룹에서는 "현재로서는 재추진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자신들의 카드를 보여준 만큼 조건의 조정을 통해 다시 실탄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할인율을 재조정하거나 분산 블록딜, 매각 규모 재조정 등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조건 조정을 통해 다시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한 이상 내부적으로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재추진 시점은 조금 늦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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