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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재수끝에 블록딜 성공..1.1조원 확보

  • 2015.02.06(금) 14:00

일감몰아주기 규제회피 목적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 분석도


예상대로 였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블록딜을 재추진했다. 첫 시도에서 실패를 맛본 지 20여일 만이다. 당초 예상보다 시기가 앞당겨졌지만 시장에서는 블록딜 재추진을 기정 사실로 보고 있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5일 보유하고 있던 현대글로비스 주식 502만2170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최종경쟁률은 2.1대 1 수준이었다. 매각 가격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난 5일 종가에 할인율 2.74%를 적용한 주당 23만500원이다.

지난 1월 처음으로 블록딜을 시도했을 때보다 할인율이 낮아졌다. 당시 적용된 할인율은 지난 1월 12일 현대글로비스의 종가인 30만원보다 7.5~12.0% 가량 할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당 26만4000원~27만7500원 수준이었다.

이번 매각으로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약 1조1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도 29.99%로 낮아졌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노렸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이번 블록딜을 두고 시장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1조1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한 만큼 조만간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다. 반대로 이번 블록딜은 지배구조 개편용이 아니라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회피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블록딜을 재추진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블록딜을 통해 승계를 위한 실탄 확보와 공정위 규제 회피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동안 승계와 관련된 뚜렷한 움직임이 없었던 터라 현대차그룹의 움직임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첫 블록딜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현대차그룹은 시장의 눈총을 받았다. 막대한 물량을 시장에 쏟아냐면서 시장과 제대로된 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쏟아 졌다.

 

아울러 현대차그룹 승계 시나리오의 일단이 노출됐다. 시나리오가 노출된 이상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블록딜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이번 블록딜은 지배구조 개편 목적이 아닌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지난 1월 블록딜 실패가 부담스러웠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부각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현대차그룹이 불록딜을 재추진하면서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블록딜 재추진은 공정거래법 개정 취지에 부응하고, 블록딜 재추진 여부를 둘러싼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등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도 대체로 현대차그룹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번 블록딜로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확보한 현금으로 매입할 수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의 규모가 약 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개편 실탄용으로는 무의미한 숫자라는 평가가 많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매각차익 활용에 대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이지만 매각 차익으로 얻을 수 있는 지분율이 4%도 되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채희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도 "이번 블록딜은 단순히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며 향후 지배구조까지 염두에 두고 일어난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블록딜을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지어 해석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번 블록딜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지만 오너 일가가 보유한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각했다는 점은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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