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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승계 '실탄' 마련 나섰다

  • 2015.01.12(월) 19:13

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 글로비스 지분 매각
'실탄 확보+규제 회피+세금 절감' 효과

현대차그룹이 예상대로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현대차그룹이 정몽구 회장에서 정의선 부회장 체제로 넘어가는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핵심은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에서 핵심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안정적인 후계구도를 물려받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절실하다.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이 없다.

따라서 업계와 시장에서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에 관심을 가졌다. 언제 얼마나 많은 양을 매각할 것인지가 관심사였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통해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 예상대로..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이런 예상은 그대로 들어 맞았다. 12일 업계와 시장 등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시간외 매매를 통해 대량매매(블록딜)에 나섰다. 

 

정 회장 부자는 현대글로비스 주식 502만2179주를 매각한다. 이는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주식의 13.39%이다. 현재 투자자 모집에 나선 상태다.


블록딜은 일반적으로 할인율이 적용된다. 이번 딜에 적용된 할인율은 이날 현대글로비스의 종가인 30만원보다 7.5~12.0% 가량 할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당 26만4000원~27만7500원 수준이다. 이번 딜이 성사되면 정 회장 부자 보유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29.99%로 낮아진다.

 

대신 정 회장 부자는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의 지분 4% 가량을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지분(0.67%)까지 합치면 약 5% 가량을 정 부회장이 차지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승계 작업은 탄력을 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블록딜은 현대차그룹의 여러 노림수가 합쳐진 것"이라며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정의선 부회장 '실탄' 장전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차기 대권 주자인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이 전혀 없다.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는 후계구도를 위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에 있어 핵심 고리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정 부회장은 반드시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정 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 시나리오로 2가지를 예상했다.

하나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다. 이번 블록딜 추진으로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통한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네차례의 계열사 합병을 단행했다. 계열사간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의 후계 구도 준비를 위한 실탄 차원으로 분석했다.

작년 8월 현대위아에 현대위스코와 현대메티아를 합병한 것도, 현대오토에버와 현대C&I 합병도 모두 정 부회장 지분의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실탄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여기에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에 나선 만큼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가시화된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차근차근 준비해왔던 것들이 현실화 되고 있다"며 "이번 블록딜은 그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 29.99%의 의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3년 공정거래법 및 지난해 초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오너 일가의 지분 관계를 이용해 계열사에게 부당한 이득을 제공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 개정이었다.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상장사 중 특수관계인(지배주주 및 그 친족)이 보유한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회사와의 거래 등을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면 이익제공기업과 수혜기업, 특수관계인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 시장 등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이번 블록딜에 대해 '일석삼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이런 계열사 규제 회피를 위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을 30% 이하로 맞춰야 했다. 현대글로비스의 매출 중 60% 가량이 현대·기아차에서 나온다.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낮추지 못하면 제재를 받게된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블록딜을 통해 지분을 매각하고 보유 지분을 29.9%로 맞춘 것도 이 때문이다. 30%를 넘지 않는 만큼 공정위의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또 글로비스에 대한 일감몰아주기에 따른 증여세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효과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블록딜은 후계 구도를 위한 실탄 확보는 물론이고 규제 회피, 세부담 경감까지 누릴 수 있는 신의 한 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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