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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계열 새판짜기..'정의선 체제' 포석

  • 2014.08.20(수) 18:07

현대위아 등 통해 계열사 합병..올들어 4번째
후계 승계 실탄 확보..일감규제 해소 분석도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새판짜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꼬리를 물고 있는 합병이 단순히 계열사간 시너지를 위한 통합이라기보다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후계 구도를 앞당기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 올해 들어 계열사간 합병만 네 차례
 
현대차그룹은 최근 잇따라 계열사간 합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현대제철의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에 이어 4월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했다.
 
이어 지난 19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오는 11월 현대위아에 현대위스코와 현대메티아를 합병키로 했다. 현대위스코는 자동차 부품 단조·가공을, 현대메티아는 자동차용 주물업체다.

또 같은 시기 현대오토에버도 현대C&I를 흡수합병키로 했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의 시스템통합(SI)를 담당하는 업체다. 현대C&I도 건설전문 IT 컨설팅과 시스템 등을 운용하는 IT업체다. 이 두 건의 합병까지 합하면 현대차그룹은 올해에만 총 4건의 계열사간 합병을 진행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이 올들어 이처럼 계열사간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는 까닭은 뭘까. 현대차그룹은 연관 혹은 중복사업 통합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와 시장은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후계 구도 확립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련의 계열 재편이 표면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설명처럼 자동차 부품 계열사와 단조·주물 계열사의 통합, IT 계열사간의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련의 계열 통합에는 공통분모가 하나가 있다. 바로 정의선 부회장이다. 
 
◇ 합병의 교집합은 '정의선 부회장'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위스코의 지분 57.9%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을 완료하면 정 부회장은 현대위아 지분 1.95% 가량을 보유하게 된다. 합병후 총자산 5조5169억원에 달하는 현대차그룹 핵심 부품사이자 상장사의 주주가 된다.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이번 계열사간 합병으로 현대위아 지분 1.95%, 현대오토에버 지분 19.5%를 보유하게 됐다. 정 부회장은 최근 이노션 지분 30%도 매각해 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특히 그동안 나눠져있던 유사 계열사 통합에 따른 시너지를 감안하면 현대위아의 기업가치는 그만큼 더 올라갈 개연성이 크다. 현재 현대위스코 합병가액(30만4359원)으로 1057억원에 달하는 정 부회장의 주식가치가 더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 부회장으로서는 든든한 실탄 주머니를 찬 셈이다.
 
현대오토에버와 현대C&I 합병도 마찬가지다. 정 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지분 20.1%를 갖고 있다. 합병 뒤에는 19.5%를 보유하게 된다. 합병후 현대오토에버는 건설 IT부문으로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한다. 삼성 SDS, SK C&C와 같은 그룹의 알짜 SI업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현대오토에버의 기업가치 제고는 물론 궁극적으로는 정 부회장의 자산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정의선 중심 체제로 개편
 
지배구조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의 현안은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 해소다. 이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정의선 부회장을 지배구조의 정점에 세우느냐가 숙제로 남아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설득력있게 거론되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정 부회장이 기아차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16.9%, 4조7000억원선)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는 '정의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의 수직구조가 완성된다. 기존의 순환출자구조는 해소된다.
 
하지만 이런 순환출자구조 해소와 정 부회장의 후계구도 확립을 위해서는 조(兆) 단위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잇단 계열사간 합병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효과를 내면서 정 부회장의 후계 구도 승계를 위한 실탄 마련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이노션 지분 30%를 3000억원에 매각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많다.


◇ '일감몰아주기' 규제 회피 목적 분석도 
 
또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작년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됐다. 그룹총수와 특수관계인이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경우 규제가 적용된다.
 
이번 계열사 합병으로 정 부회장은 현대위스코 최대주주에서 현대위아 주주로 갈아타게 되고, 지분은 1.95%로 낮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현대위아의 경우는 일감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연속적인 계열사간 합병 등의 움직임은 정의선 부회장 체제를 갖추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일환"이라며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을 볼때 머지 않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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