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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 승계]③현대차, 정의선 체제 '신호탄 쐈다'

  • 2015.01.15(목) 16:11

정의선, 주요 계열사 지분 미미..승계 걸림돌
현대차그룹, 승계 실탄 확보에 '총력'

한국 대기업들이 안팎으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각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온 창업주와 2세들의 퇴진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이제 3·4세들로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경영권 승계이후 기업의 명암이 엇갈린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창업주나 2세와 달리 이들로의 지배구조 변화는 기업의 또 다른 흥망성쇠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주요그룹 오너 3·4세들 경영참여 현황과 과거 사례, 바람직한 지배구조, 해외사례 등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현대차그룹에게 올해는 매우 중요한 해다. 떨어질대로 떨어진 내수 시장 회복과 포스트 800만대 시대를 준비하는 첫해여서다. 이미 친환경차와 스마트카를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재구성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정의선 체제' 구축을 위한 준비다. 현대차그룹은 오래전부터 순환출자구조 개편을 준비해왔다. 이를 통해 지배구조의 변화를 모색했다. 그 정점에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있다. 올해는 승계 작업이 본격화 되는 해다.

◇ 유일한 후계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슬하에 1남 3녀를 뒀다. 큰 딸인 정성이씨는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의 고문을 맡고 있다. 둘째 딸인 정명이씨는 현대커머셜 고문, 막내딸인 정윤이씨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로 근무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막내다. 정몽구 회장의 유일한 아들이다. 일찌감치 현대차그룹의 후계자로 결정돼있었다. 정 부회장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사원부터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바닥부터 시작하라는 아버지의 명에 따른 것이다.

정 부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대에서 MBA학위를 취득했다. 정 부회장은 9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미주법인에서 근무했다.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유일한 후계자다. 사원부터 시작해 CEO까지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에 대해 창의적이고 겸손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99년부터다. 현대차 구매실장과 영업지원사업부장을 맡았다. 지난 2003년 부사장으로 승진해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5년부터는 기아차 사장으로 본격적인 CEO 역할을 시작했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 사장 당시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는 등 기아차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디자인 기아'도 그의 작품이다.

그 성과에 힘입어 지난 2009년 현대차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업계에서 정 부회장에 대한 평은 좋은 편이다. 창의적이고 겸손하다는 평가가 많다.

◇ 정의선 지분율 높여라

현대차그룹의 고민은 지배구조에 있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 지분율은 5.2%다. 이 지분으로 현대차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덕분이다.

 

현대차의 최대 주주는 현대모비스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모비스의 3대 주주인 현대제철의 지분 11.8%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다르다. 주요 기업들의 보유 지분이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 지분 1.7%, 현대차 지분 0.0001%만 가지고 있다.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은 전혀없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현대차그룹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정 부회장이 향후 그룹 경영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율을 높여야 한다.

 

정 회장이 보유한 핵심 계열사들의 지분을 승계받으면 간단한데 그러려면 적지 않은 증여세를 내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작년과 올해 잇따라 계열사를 통합하고 블록딜을 추진했던 것도 증여세 재원 마련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 부회장은 작년 계열사 통합을 통해 현대위아 지분 1.95%, 현대오토에버 지분 19.5%를 보유하게 됐다. 또 이노션 지분 30%도 매각해 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 모든 것이 정 부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 확보를 위한 실탄인 셈이다.

◇ 다른 시나리오 vs 블록딜 재추진

현대차그룹은 작년부터 계열사 통합에 나섰다. 유사 업종 계열사간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승계작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작년이 준비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인 판짜기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블록딜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승계와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블록딜 추진을 승계 프로세스 신호탄으로 봤다.

 

▲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 실탄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 부회장의 주요 지배구조 관련 계열사들의 지분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최근 무산됐던 블록딜도 승계 실탄 마련 차원이라는 분석이 많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이번 블록딜 무산 이후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승계 시나리오를 만들지 아니면 블록딜을 재추진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으로 블록딜이 무산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블록딜 실패로 승계 전략을 노출했다.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정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실탄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은 명확해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블록딜 실패 이후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지주회사와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는 구조다.
 
이럴 경우 정 부회장은 합병회사의 지분 17.1%를 확보할 수 있다. 자력으로 승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물론 승계 전략을 노출한 이상 블록딜 재추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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