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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 승계]⑦되풀이되는 '형제의 난'

  • 2015.01.21(수) 07:35

승계과정서 형제간 충돌 잦아
범 LG가 승계 모범사례 삼아야

한국 대기업들이 안팎으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각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온 창업주와 2세들의 퇴진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이제 3·4세들로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경영권 승계이후 기업의 명암이 엇갈린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창업주나 2세와 달리 이들로의 지배구조 변화는 기업의 또 다른 흥망성쇠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주요그룹 오너 3·4세들 경영참여 현황과 과거 사례, 바람직한 지배구조, 해외사례 등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국내 대기업의 역사는 두산을 제외하면 100년을 넘지 못한다. 일찍 창업한 곳은 일제 때, 늦은 곳은 해방 이후다.

 

창업주가 여전히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롯데를 제외하고는 2세와 3세들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2세, 3세 승계를 거치면서 딴살림을 차린 방계가도 많다. 이 과정에서 형제·자매간 경영권과 사업영업 다툼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승계나 분할이 순조롭게 이뤄진 기업은 범 LG가가 거의 유일하다.

 

승계과정에서 분할된 기업들의 운명도 엇갈렸다.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 있는 반면 간판만 간신히 달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 삼성·현대차도 '피할 수 없는 길'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과 현대차도 승계과정에서 내홍을 겪었다. 삼성은 이병철 창업주가 경영권을 3남인 이건희 회장에게 승계하면서 분화했다. 장남은 CJ, 차남은 새한, 장녀는 한솔, 막내딸은 신세계로 각자의 길을 갔다. 현대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정주영 회장 타계이후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 현대그룹 등으로 쪼개졌다.  

 

분할이후 이들 기업은 판이하게 다른 길을 걸었다.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삼성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반면 둘째 아들 이창희씨 몫이었던 새한그룹은 사실상 사라졌다.

 

현대그룹이 걸어온 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이 자동차를 중심으로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반면 고 정몽헌 회장이 맡았던 현대그룹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정몽헌 회장 타계이후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 경영을 맡았지만 정체된 대북사업과 주력사업의 부진 등으로 지난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다.

 

사업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잡음도 적지 않았다. 삼성은 몇년 전 이병철 창업주의 첫째 아들인 이맹희씨가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 소송을 제기하는 등 마찰을 빚기도 했다. 현대차는 정주영 창업주 타계 직전 그룹 전체 경영권을 놓고 정몽구 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이 격렬하게 대립하며 이른바 '왕자의 난'이 터지기도 했다.

 

삼성은 3세 승계 과정에서 또 한차례 분할을 앞두고 있다. 아직 시기나 방법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금융과 제조 주력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과 서비스,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이 광고와 패션 등을 맡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두산·금호, 형제경영의 비극

 

두산이나 금호그룹의 경우 형제들이 공동경영에 나섰지만 서로간 반목으로 인해 그룹이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두산의 경우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이후 차남인 박용오 회장이 경영을 맡았지만 이를 셋째인 박용성 회장에게 넘길 것을 요구하자 박용오 회장이 반발하며 골육상쟁이 시작됐다. 박용오 회장은 두산그룹 경영과정에서 벌어진 편법사실을 검찰에 제출했고, 두산가는 박용오 회장을 가문에서 제명하는 사태까지 확대됐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박용성 회장 마저 경영에서 물러났고 넷째인 박용현 회장이 잠시 맡았다가 다섯째 아들인 지금의 박용만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겼다. 사건의 발단이 됐던 박용오 회장은 가문에서 제명된 이후 성지건설을 인수해 재기를 노렸으나 실패했고, 지난 2009년 자택에서 자살하는 비극을 맞았다.

 

금호그룹의 분란은 아직 진행중이다. 역시 형제경영을 하던 금호그룹은 형제들간 이른바 '65세 룰'을 바탕으로 그룹 회장을 결정해 왔다. 박인천 창업주의 장남인 박성용 회장은 65세에 차남인 박정구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줬고, 박정구 회장이 공교롭게 65세에 타계하자 박삼구 회장이 자리를 이었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 문제를 놓고 대립하면서 금호그룹의 형제간 반목이 시작됐다. 박삼구 회장은 '65세 룰'의 수정을 시도했고, 박찬구 회장은 이에 반발하는 구도였다.

 

형제간 갈등에 경영난까지 겹친 금호그룹은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현재 박삼구 회장이 경영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찬구 회장이 맡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으로 분리된 상태다. 이들 형제간 갈등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 소송 등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반면 LG그룹은 형제와 친인척들이 경영에 참여했지만 계열분리 과정에서 잡음이 없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과거 LG그룹은 현재 LG와 GS, LS, LIG 등으로 나눠졌다.

 

구인회 창업주의 장남인 구자경 LG명예회장이 지금의 LG그룹을 맡았고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등 3형제 일가들이 현재 LS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구인회 창업주의 처가인 '허'씨 일가는 현재 GS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LG그룹은 2003년 지주회사 체제로 변화하면서 LS그룹과 GS그룹을 분가시켰다.

 

 

◇ '승계'..잠복된 리스크

 

승계나 분할과정에서 형제들간 분쟁은 이외에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일부에서 '피보다 돈이 진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형제간의 다툼이 잦았기 때문이다.

 

과거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동생인 신춘호 농심 회장과 충돌했던 역사가 있다. 신춘호 회장이 신격호 회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면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신춘호 회장은 농심으로 사업을 분리한 이후 여전히 신격호 회장과 불편한 관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과거 동생인 김호연 빙그레 회장과 소송을 벌이다 화해하기도 했다.

 

특히 롯데그룹의 경우 최근 신격호 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이 주요보직에서 해임되며 승계문제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롯데는 일본사업은 장남인 신 부회장이, 한국사업은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이 맡는 구조였다.

 

하지만 신동주 부회장이 해임되면서 향후 롯데그룹 승계를 둘러싼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다. 최근 상황만을 놓고 보면 동생인 신동빈 부회장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많은 기업들이 승계과정에서 적지않은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두산그룹의 사태는 결국 검찰조사를 불렀고, 금호그룹의 소송전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효성그룹도 세아들간 분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창업주에 이어 2세들의 퇴진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후계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기업들은 언제든지 승계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기업이 영속 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승계 리스크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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