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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 승계]⑤한진, 흔들리는 '三分之計(삼분지계)'

  • 2015.01.19(월) 09:37

'한진칼-한진-정석기업' 합병 유력
조원태 후계 유력..조현아 변수 남아

한국 대기업들이 안팎으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각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온 창업주와 2세들의 퇴진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이제 3·4세들로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경영권 승계이후 기업의 명암이 엇갈린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창업주나 2세와 달리 이들로의 지배구조 변화는 기업의 또 다른 흥망성쇠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주요그룹 오너 3·4세들 경영참여 현황과 과거 사례, 바람직한 지배구조, 해외사례 등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한진그룹은 작년 말 불거진 대한항공 '땅콩 리턴'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태의 장본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장녀이자 창업주 조중훈 선대 회장의 장손녀로 동생인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와 함께 한진그룹의 3세 경영인이다.

 

이들 3남매는 직위는 달라도 각각 그룹 사업의 한 축씩을 맡아왔다. 주요 계열사 지분도 똑같이 물려받았다. 하지만 장녀 조 전 부사장이 작년 말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다. 향후 이뤄질 3세로의 승계구도에 작지 않은 변수가 생긴 것이다.

 

▲ 한진그룹의 3세들.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칼 대표 겸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정석기업 대표 겸 대한항공 전무.

 

◇ 지주사 전환 어디까지 왔나

 

한진그룹은 순환출자에서 벗어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진행중이다. 2013년 8월 대한항공 인적분할을 통해 한진칼을 출범시키며 '대한항공→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순환출자 고리를 깼다.

 

한진칼은 작년 11월 대한항공 주식을 받고 신주를 내주는 방식으로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마무리해 총수일가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굳혔다. 이어 12월에는 ㈜한진이 들고있던 한진칼 지분 5.28%를 블록딜로 매각해 정석기업이 ㈜한진을 거쳐 한진칼 지분을 갖는 또 하나의 순환출자 고리에서도 벗어났다.

 

한진칼 설립 이후 1년4개월여 만인 현재 한진의 지배구조는 총수 일가(조양호 회장 외 13인)가 한진칼 지분 26.3%를 갖고, 한진칼이 대한항공 지분 32.2%과 정석기업 지분 48.3% 등을 보유하는 식으로 수직화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완이다.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 중심으로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면 추가작업이 필요하다.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 요건(지주사 외 계열사의 자회사 지분보유 금지)을 충족시키는 것도 올 7월까지 마무리지어야 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을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해 한진의 투자부문과 한진칼, 정석기업 3개사를 합병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며 "증손회사 지분 정리와 지주회사 요건,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 등을 한번에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고 관측했다.

 

◇ '땅콩 리턴' 계열분리 구도에 영향 주나

 

지분구조로 볼 때 한진그룹은 현재까지 창업주 2세인 조양호 회장의 지배력이 절대적이다.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 15.6%와 현재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정석기업과 ㈜한진 지분 각 27.2%, 6.7%를 들고 있다.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 조원태 부사장, 조현민 전무 등 3세 경영인 3남매는 한진칼 지분만 각각 2.5%씩 보유하고 있다. 다른 계열사 보유지분도 미미하다. 아직 3세로의 지분 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분 구도 상으로는 그룹 후계자도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 자녀 3남매 중 둘째이자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경영전략 및 영업부문 총괄부사장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조 회장이 3남매를 고루 중용해 왔기 때문에 이들의 그룹 내 역할을 볼 때 물류운송을 중심으로 한 주력계열사를 제외하고는, 업역에 따라 계열 분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직전까지 대한항공의 기내서비스 및 호텔사업본부장 겸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를 맡아왔던 걸 보면 그룹의 호텔·관광 관련사업은 조 전 부사장 몫으로 돌아가고, 저가항공사 진에어와 부대상품 판매 등의 계열사는 통합커뮤니케이션과 여객마케팅을 총괄하면서 진에어 본부장을 맡고 있는 막내 조현민 전무 몫이 될 것이란 시각이다.

 

그러나 지난 연말 땅콩리턴 사건으로 이런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의 헛발질로 조원태 총괄부사장과 조현민 전무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아직까지 조 회장이 건재하기 때문에 후계 구도는 그의 의중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제껏 조 회장이 자녀들의 지분을 균등하게 관리해 온 것을 보면 앞으로도 지분 승계는 비슷하게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조 전 부사장이 구속된 상태인 데다 앞으로 그룹 내 역할을 맡기 어려운 상황임을 볼 때 후계구도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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