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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진 조현아 경영 복귀, 무르익었다고?

  • 2018.03.28(수) 16:06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한진그룹 경영 일선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진그룹 계열사 칼(KAL)호텔네트워크는 오는 30일 정기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을 다시 사내이사로 등재하는 의안이 오를 것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켜 그룹 내 모든 직위를 내려놓게 된 지 3년 4개월만이다.

 

▲  '땅콩 회항' 사건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서울 공항동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실에 출석해 사과의 말을 전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이변이 없는 한 그렇게 될 듯하다. 그랜드하얏트인천, 제주KAL호텔, 서귀포KAL호텔, 제주파라다이스호텔 등을 운영하는 칼호텔네트워크는 주주가 단 하나 뿐이다.  조 전 부사장 부친인 조양호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다. 

 

사건 직전까지 한진그룹내 호텔·레저·관광 부문 사업을 조 전 부사장이 총괄해왔다. 조 전 부사장의 직함은 대한항공에서 기내서비스 및 호텔사업 부문 총괄부사장이었고 대한항공에서 2001년 분사해 설립된 칼호텔네트워크를 비롯해 한진관광, 왕산레저개발 등에서는 대표이사이기도 했다.

 

한진그룹이나 대한항공 측은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는 게 공식 입장"이고라고 말한다. 조심스러운 눈치다. 그러면서 애매한 표현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복귀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사내에 복귀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은 사실"이라는 '관측성 비공식적' 귀띔을 배경 설명에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여론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 한진 측 의도가 심하게 눈에 밟힌다. 네이버 같은 인터넷 포털에 '조현아 무르익은'을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런 멘트를 인용한 기사가 수 십 건 넘는다. 이쯤 되면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의 공식 보도자료 수준이다.

 

조 전 부사장 선임안을 칼호텔 주총에 올린다는 건 부친이 그리 하도록 했다는 걸 테다. 분위기 운운하는 것도 결정권자가 그렇게 가르마를 탔다는 것으로 읽힌다. 주총 후 이사회에서 칼호텔 대표이사에까지 오를 수 있다. 절차상 아무 하자 없다. 제왕적 오너십으로 유명한 그 조직 내부에 최종 의사결정권자에게 '사실 좀 설익지 않았냐'고 제대로 얘기할 사람이 있었을지 잘 모르겠다.

 

대한항공이 조 전 부사장 복귀를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건 시끄러웠던 그 사건을 아직 잊지 않고 있는 외부 시선 때문이다. 내부서 보기에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고 판단했을 지언정 일반의 차가운 시선이 거둬졌는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항공사 오너 가족으로서, 또 고위임원으로서 승무 업무 직원에게 부당한 '갑질성' 지시를 한 것, 또 테러범에나 어울릴 '항로 변경'을 지시한 게 그가 받은 혐의였다.

 

▲ 한진그룹의 3세들. (왼쪽부터)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겸 현재 칼네트워크 대표이사.

 

불편한 시선이 여전하다면 복귀를 하더라도 경영실적을 제대로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호텔은 일반 고객 평판이 중요한 서비스 업종이다. 칼호텔 모회사이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상장사다. 칼호텔의 경영실적은 한진칼 실적에 직결되고, 간접적으로 주력 계열사이자 대한항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에도 오너 일가를 '과잉 보호'하는 한진 특유의 대응방식이 아쉽다 .사건 당시 대한항공은 "사무장을 내리게 한 것은 지나쳤지만, 임원인 조 부사장이 서비스를 지적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첫 공식 입장을 내면서 오히려 부정적 여론에 불을 붙였다. 오너 딸 개인에게 책임을 면하게 하려는 과보호가 일을 더 키운 셈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경영참여 기회를 다시 줄만 하지 않냐는 한진 측 근거는 크게 두 가지뿐이다. 항로 변경 혐의가 작년말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공항내 지상로(地上路)는 항로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받아 집행유예(징역 10개월)를 확정한 것, 구속에서 풀려난 이후 보육원에서 봉사하며 자숙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 전부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때 부친 뒤에서 함께 뛰는 사진이 공개됐는데 악성 댓글이 예전보다 덜했나? 그렇다고 해도 여론이 좋아졌다 할 수는 없을 거다.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말을 하는 것과 실제로 안팎에 분위기를 무르익도록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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