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 한국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대그룹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OLED 기술유출 여부를 둘러싼 공방은 물론 지난해 불거진 세탁기 파손 논란은 결국 법정까지 가게 됐다.
OLED나 세탁기 등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적지않은 잡음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상황에서 대표기업들간 갈등은 결국 경쟁력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 "삼성, 선의의 경쟁 나서라"
LG디스플레이는 15일 검찰이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이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영업비밀을 불법취득했다며 임직원 5명을 기소한 것에 대해 "파렴치한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며 "경쟁사를 무차별적으로 음해하고 흠집내는 행위를 중단하고 선의의 경쟁에 나서주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검찰 수사결과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들이 LG 협력업체에서 기술자료를 받고, 중소형 패널 합착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영업비밀을 불법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협력업체에 의도적으로 접근, 장비구매에 대한 거짓약속을 통해 기술을 빼내갔다는 주장이다.
지난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 고위 경영진이 삼성의 기술과 핵심인력 탈취를 조직적으로 주도했다는 주장과 관련, 지난 6일 법원은 LG디스플레이 임직원 6명중 5명과 법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유출됐다고 주장하는 자료 대부분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LG디스플레이가 재산상 이익을 얻지 않은 점 등이 인정됐다고 LG디스플레이는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조직적인 기술유출로 인해 피해규모가 5년간 30조원에 이른다고 언급해 왔던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명백하게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012년 삼성이 5년간 30조원의 피해액을 주장했던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근거가 타당했는지 삼성에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적반하장식 주장"
이같은 LG디스플레이의 주장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도 반발하고 나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LG디스플레이가 경쟁사에 대한 음해를 지속하고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부정하는 적반하장식 주장을 펼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 담당임원 김모씨는 지난 6일 수원지방법원에서 경쟁사의 영업비밀인 사안임을 명백히 알면서도 관련 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한 혐의를 인정받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며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가 스스로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근간을 부정하는 행위로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기소와 관련해선 "기업간 통상적인 비즈니스에 대해 다소 지나친 잣대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며 "함께 기소된 설비업체는 제품 판매 확대를 위해 우리 직원에게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이는 업체들의 일반적인 영업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기술은 업계에서는 익히 알려진 기술로 이를 부정하게 취득할 이유가 전혀 없고 해당 설비업체에 당사와의 거래 의사를 물은 사실도 없다"며 "LG디스플레이는 근거없는 주장으로 삼성디스플레이와 해당 업체를 모함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우리 기술이 외부로 유출될까 걱정하지 남의 기술을 쳐다볼 이유가 없다"며 "앞으로 진행될 재판을 통해 무고함이 명백히 밝혀질 거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세탁기 파손 논란, 결국 법정으로
지난해 독일 IFA 전시회에서 불거진 조성진 LG전자 사장의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논란은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됐다. 검찰이 기소이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의를 중재했지만 결국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IFA 전시회 기간중 현지매장에서 조성진 사장과 임직원들이 삼성전자 크리스탈블루 세탁기를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고의로 파손한 것이라며, 테스트 당사자인 조 사장 등을 고소했다.
당시 LG전자는 입장 자료를 통해 삼성전자 세탁기 내구성 등을 거론하며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LG전자 본사와 창원공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 조 사장의 검찰 소환조사 등이 마무리되며 검찰이 직접 양측의 합의를 시도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검찰은 LG전자측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삼성전자에는 이를 수용하고 고소를 취하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안했지만 LG전자가 표한 유감의 뜻에 대해 삼성전자는 진정성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검찰은 결국 조성진 사장과 세탁기개발담당 임원 등 총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간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