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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규제 폭탄]③코걸이냐, 귀걸이냐

  • 2015.02.26(목) 14:03

모호한 규정 많아..기업들 불안
공정위 판단따라 다툼 소지

대기업들의 내부 계열사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제한하는 공정거래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재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개정된 법률은 회사뿐 아니라 오너에 대한 처벌도 가능한 만큼 자칫 불똥이 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일부 기업은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감 규제 내용과 주요 대기업들의 상황, 쟁점 등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합병이나 매각, 지분 축소 등을 통해 규제대상에서 벗어난 기업들외에 남은 기업들은 불안한 상태다. 예외성이 인정되는 조항이 있지만 과연 이 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내용이 모호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아직 적용사례가 없어 명확하게 판단할 근거도 없다. 특히 규제 사유를 완전하게 해소하지 못한 기업들은 공정위 판단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모호한 규정..잣대가 없다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가 일정 지분이상을 보유한 계열사들과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를 금지했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는 '정상가격과의 차이가 7% 이상'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문제는 과연 정상가격을 얼마로 볼 것이냐다. 정상가격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실제 거래가격과 7% 차이를 내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갈린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보는 정상가격과 공정위가 판단하는 정상가격과의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거래하는 제품의 종류가 많거나, 특정한 가격을 매기기 어려운 서비스의 경우 정상가격을 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기업들의 입장이다.

 

예외규정도 마찬가지다. 공정거래법은 효율성과 보안성, 긴급성 등이 해당되면 규제대상에서 빼주기로 했다. 수직계열화와 같은 체제에서 효율성을 인정받으면 내부거래 규제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SK나 한화그룹이 기대하는 것처럼 계열사들의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등을 운영하는 시스템통합(SI) 계열사들은 보안성과 관련된 예외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다.

 

다만 이들 계열사들과의 모든 거래를 보안성이라는 측면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긴급성 역시 마찬가지다. 얼마나 긴급한 상황인지에 대한 판단 자체가 다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예외규정이 적용될 것으로 믿고 있기도 어려운 처지"라며 "일단은 기업의 상황을 최대한 이해시키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칼 든 공정위..다툼 소지도

 

일감 몰아주기 금지와 관련된 모호한 규정은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사안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공정위가 사실상 칼을 들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같은 사안에 대해 공정위와 해당기업이 보는 간극이 크다면 다툼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

 

실제 지난해 5월 서울고등법원은 SK그룹 계열사들이 SK C&C에 일감을 몰아줬다며 공정위가 2년전에 부과했던 347억원대 과징금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공정위는 SK 계열사들과 SK C&C의 시스템 유지보수 계약에 대해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준 부당지원행위"라며 과징금을 부과했었다. 하지만 SK 계열사들은 합리적인 거래였다고 주장했고, 결국 법원은 SK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일감 몰아주기 법 역시 공정위의 해석에 상당부분 의존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도 이같은 모습이 더 빈번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재계의 우려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인 대기업들에게 다음달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상태다. 대기업들의 자료가 제출되면 이를 분석해 현장조사 등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내부거래 내역 및 규모 등 전반적인 내부거래실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적지않은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보다 구체적인 지침이 나오거나 사례들이 생겨야 기업들도 대비할 수 있지 않겠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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