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주력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주요 대기업들이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지역별로 나서 창업은 물론 기존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대기업이 가진 노하우 등을 접목, 혁신을 통해 성장기반을 만들자는 생각에서다.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아 현황과 계획 등을 들어본다. [편집자]
전라남도 광주는 과거부터 호남지방의 행정·경제·문화 중심지였다. 하지만 1914년 개통된 호남선이 광주를 피해 영산강 서안을 따라 부설되면서 광주는 한국의 주요 경제중심권에서 멀어졌다. 철도가 놓여지지 않아 제조업이 발달하지 못한 탓이다. 이후 광주의 경제적 낙후는 상당기간 지속됐다.
지금도 광주는 다른 대도시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하다. 하지만 최근 광주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모아 광주를 한국 자동차 산업의 허브로 육성하려는 준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재생 사업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런 광주 발전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곳이 바로 현대차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다.
◇ 자동차 산업 허브로 키운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1월 27일 출범했다. 광주지역을 거점으로 지역 내에 분산된 예비 창업자와 신생 벤처기업 등을 지원한다. 또 창업자에게 필요한 법률, 자금, 기술 부문의 지원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한마디로 창업을 위한 모든 것이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있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두개의 센터로 이뤄져 있다. 1센터는 광주시 북구 오룡동 광주과학기술원 내에 자리잡았다. 1센터는 광주를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 특히 친환경 자동차와 관련된 창업을 지원한다. 2센터는 광주시 서구 양동에 있다. 소상공인 지원과 창조문화마을 조성 등 서민생활 관련 사업을 진행한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사업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자동차 분야 창업지원이다. 현대차의 지원 아래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을 지원받을 수 있다.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의 경우 현대차가 직접 납품을 받는 것은 물론 해외 영업망을 이용해 수출길도 터줄 계획이다.
▲ 광주과학기술원 내에 위치한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자동차 산업 육성과 서민 경제 활성화 기반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
창업 지원금 규모도 탄탄하다. 아이템이 실현가능성이 높을 경우 센터에서는 6개월에 2000만원을 지원한다. 이 지원금을 바탕으로 예비 창업자는 아이템을 현실화해 증명하면 된다. 이 단계를 넘어 보육단계기업으로 선정될 경우 총 5억원이 지원된다. 센터에서 1억원, 중소기업청에서 4억원을 지원한다. 센터는 매년 10개의 자동차 관련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또 하나의 중점 사업은 수소연료전지차다. 현대차는 현재 수소연료전지차 부문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다만, 인프라 문제와 가격 문제 등은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현대차는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지역내 대학, 연구소 등과 연계해 인력과 부품 개발 등에 나서 이런 과제들을 해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 팩토리 구축 사업도 진행한다. 광주지역 내 중소 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현장진단을 통해 현대차의 품질경영 기법을 전수한다. 중소 벤처기업들은 현대차와 센터의 경영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지역 내 기업들의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조치다. 자동차 연관 기업 뿐만 아니라 비(非)자동차 기업까지 총 200개 기업을 지원한다.
◇ 서민경제 생활 기반 마련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또 하나의 특징은 다른 지역의 센터와 달리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을 한다는 점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서민생활 지원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곳은 광주가 유일하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서민 생활 안정화에 공을 들이는 것은 광주 지역의 경제가 타 대도시에 비해 낙후돼 있어서다.
서용득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부센터장은 "광주 지역 경제는 여러 이유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나서 도시 재생사업은 물론 문화마을 조성, 소상공인 창업 지원 등 경제 활성화의 기반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내에 설치돼 있는 수소연료전지차 개념 설명 모형.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해당 지역의 중점 산업 육성에만 국한하지 않고 지역과 연계한 도시 재생 사업, 문화 예술 관련 창업 지원, 소상공인 지원 등 서민생활 기반 구축에도 나선다. (사진=이명근 기자) |
이에 따라 센터는 현재 광주 서구 양3동 발산마을을 창조문화마을로 조성 중이다. 발산마을은 광주의 대표적인 달동네다. 이곳을 경남 통영의 동피랑 마을과 같은 지역 명소로 꾸미겠다는 생각이다. 센터는 우선 폐가 등을 활용해 예술인들의 작업 공간과 전시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각종 체험형 테마 공간과 공공 미술사업 등도 추진해 광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발산마을로 향하도록 할 생각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낙후된 재래시장인 매일시장과 대인시장을 현대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번 사업으로 재래시장 활성화 모델을 제시해 이를 다른 시장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 센터의 포부다.
소상공인 창업 지원에도 나선다. 광주 지역내 영세 소상공인 전용 모바일 상점 홈페이지를 무상으로 구축하고 사업주가 모바일 할인과 쿠폰 등을 발행할 수 있는 시스템도 무상으로 제공한다. 또 문화 예술과 교육·관광·공연이 연계된 창업 아이디어 사업도 지원한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 드립니다"
테스트 베드 옆에는 이미 센터의 지원을 받아 창업에 성공한 업체들의 사무실이 들어서 있다. 현재 5개의 사무실에 2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나머지 공간도 입주가 예정돼 있다. 6개월 시한으로 사무 공간에 소요되는 비용은 모두 센터가 부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