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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①탄소섬유로 키우는 창업의 꿈

  • 2015.05.19(화) 09:10

비즈니스워치 창간 2주년 특별기획 <좋은기업> [함께가자!]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탄소섬유 기반 산업 육성
150개 기업 창업 지원, 강소기업 30개 양성 목표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주력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주요 대기업들이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지역별로 나서 창업은 물론 기존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대기업 들이 가진 노하우 등을 접목, 새로운 '혁신'을 통해 성장기반을 만들자는 생각에서다.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아 현재 현황과 계획 등을 들어본다. [편집자]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효성 덕분에 사업을 1년은 앞당긴 것 같아요. 막연했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주고, 나아갈 방향을 짚어주니 스타트업 회사에겐 구세주와 같습니다.”(JB드론 박종덕 대표)

 

효성이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탄소섬유를 기반으로 하는 응용제품 생산기업, 농·생명 및 문화 사업을 펼치는 기업을 육성한다. 하반기 자금 지원이 시작되면 물밑에 있던 기업들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센터는 오는 2017년까지 총 150개 기업의 창업을 돕고 탄소소재 10개, 농·생명과 문화산업은 각각 15개와 5개의 강소기업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한 전주 시민들의 기대감도 크다. 그동안 전주는 기업들의 대규모 생산시설이 없어 관광산업에 의존해왔다. 전주 완산구에 거주하는 김 모(62세)씨는 “전주는 기업의 생산 시설이 들어선 적이 없었는데 탄소섬유를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멘토·R&D·마케팅까지 한방에 지원

 

전북 전주 완산구 홍산로에 위치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사업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사업이 될 수 있는지 상담을 받기 위해 센터를 찾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센터의 2층 사무실 절반은 창업 보육 설명회 뿐 아니라 다양한 내용의 강연이 이뤄질 수 있는 세미나실로 꾸며졌다. 이곳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는 게 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인 씽큐(CINCU) 스페이스도 있다.

 

 

이 센터 전담기업인 효성은 탄소섬유와 관련된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효성은 현재 전주 탄소섬유 공장부지 내에 연면적 1600㎡(484평) 규모의 탄소특화 창업보육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이미 보육센터는 착공에 들어간 상태로 이르면 8월 중 완공될 예정이다.

 

또 탄소섬유 공장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전북 테크노파크에서도 탄소섬유와 관련된 연구 및 기업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 전주 탄소특화창업보육센터 조감도

 

우선 창업보육센터 입주 기업은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탄소섬유를 지원받고, 연구·개발을 위한 실험 기자재 등도 이용할 수 있다. 스타트업 기업 입장에선 실험 기자재와 제품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여력을 갖추기 힘든 게 현실이다. 입주기업들은 센터에서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또 효성은 효성기술원 및 공장 인력들을 활용해 입주기업들에게 기술 상담을 해주고, 사내 법률 및 경영 전문가를 통해선 스타트업 기업이 사업을 진행할 때 겪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멘토링을 실시하고 있다. 혁신센터와 함께 창업 및 벤처·중소기업 육성 펀드 300억원과 탄소전용 매칭펀드 100억원 등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총 400억원의 자금도 지원한다.

 

효성과 혁신센터는 제품 판매경로 확보와 해외 마케팅 등도 돕는다. 이 지역 창업자나 중소기업 대표들이 마케팅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주요 탄소소재 전시회 공동참여, 주기적인 탄소 관련 해외시장 및 기술동향 정보 공유 등도 추진된다.

 

양오봉 센터장은 “광고 여력과 네트워크가 부족한 벤처기업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마케팅과 관련된 것”이라며 “센터는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판로 확보와 투자자 연결 등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생활 속 아이디어를 현실로

 

수림영농조합법인 박종오 사장은 탄소섬유로 만든 발열케이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박 사장은 지난해 눈 쌓인 길을 지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때 도로 결빙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발열케이블 설치를 떠올렸다.

 

하지만 기존 발열케이블은 산화과정으로 인해 부러지거나 파손 가능성이 크고, 열을 내기 위한 에너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문제였다. 박 사장은 탄소섬유의 특성에 주목했다. 발열성능과 내구성이 우수한 탄소섬유를 발열케이블에 적용해 단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박 사장은 “탄소섬유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전북혁신센터를 알았고, 센터를 통해 효성과 접촉해 탄소섬유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며 “초기에는 탄소섬유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컸지만 이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디어만 가지고 무작정 센터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제 MOU까지 체결하게 됐다”며 “현재 제품 생산을 준비하고 있어 본격적인 사업 시작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론 제작업체인 JB드론은 원재료로 탄소섬유를 택했다. 현재 시판되는 드론은 비행시간이 짧고, 추락 시에는 깨져 비싼 값에 비해 효율과 내구성이 떨어졌다. 반면 무게가 가볍고 철에 비해 강도가 10배나 센 탄소섬유로 드론을 만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또 드론과 관련된 규제가 많은 국내 특성을 고려해 교육용 드론부터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제품 생산이 이뤄지면 넓은 부지가 장점인 전북의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드론 시험소’ 등도 계획하고 있다.

 

▲ 전주 창조경제혁신센터 내 JB드론의 드론 시제품

 

박종덕 JB드론 대표는 “사업을 위해 대학 등과 논의하기도 했지만 진행 속도가 느려 혁신센터로 발길을 돌렸다”며 “혁신센터에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짜는데 도움을 준 것은 물론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효성과 연결고리 역할을 해 시제품 생산이 가능했고, 교육용 드론이라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도권과 달리 전북은 새만금을 비롯해 넓은 지역이 많고, 드론을 날리는데 제약이 없어 드론 시험소를 운영하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모두 센터와 협력을 강화해 더 큰 시장에 진출하길 바라고 있다. 박종오 사장은 “창업 보육센터의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탄소섬유 응용제품을 실험하고 관련 데이터를 받아 사업을 키우고 싶다”며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필요한 절차적 문제도 도움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박종덕 대표는 “이제 사업을 시작한 만큼 효성 및 센터와 꾸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탄소섬유를 응용한 다양한 제품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 효성과 중소기업, 센터가 상생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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