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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집토끼 지키기'에 다 건다

  • 2015.05.20(수) 11:14

사상 첫 36개월 무이자 할부
해외 치중하다 내수 회복 타이밍 놓쳐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내수 시장 탈환에 나섰다. 전에 없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며 잃어버린 시장을 찾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현재 내수 시장에서 현대차의 지위는 예전만 못하다. 수입차의 선전으로 현대차의 입지가 크게 좁아진 상태다.

여기에 작년 선보였던 신차들이 예상 밖의 부진을 겪으면서 현대차는 내수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자동차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여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내수 판매가 든든히 받쳐줘야 한다. 현대차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 성공하지 못하면 현대차는 더 큰 어려움을 맞게 될 것이다.

◇ 무이자 할부에 파격 할인까지

현대차는 5월 한 달 동안 아반떼와 LF쏘나타, 쏘나타 하이브리드 등 3개 차종에 대해 36개월 무이자 할부를 시행키로 했다. 현대차가 무이자 할부를 실시하는 것은 지난 97년 12개월 무이자 할부를 실시한 이후 18년만의 일이다. 36개월 할부는 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3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은 수입차 메이커들만 사용했던 마케팅 기법이다. 하지만 수입차에게 계속 내수 시장을 내주자 현대차도 결국 36개월 할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따라 이들 3개 차종은 선수금으로 차값의 20%만 내면 36개월간 무이자로 나머지 차값을 나눠 내면 된다. 아반떼는 구입 후 1년간 차값을 내지 않고 무이자로 거치한 뒤 36개월간 연 4.9% 금리로 할부금을 낼 수도 있다.

현대차가 36개월 할부라는 파격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은 지난 3월 할부금리 전격 인하 카드를 빼들었음에도 불구, 효과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전차종 할부 기준금리를 평균 1% 포인트 낮췄다. 차종별로 36개월 할부를 기준으로 적게는 약 18만원에서 많게는 85만원까지 가격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셈이다.

 

▲ 현대차는 최근 아슬란 최하위 트림의 가격을 95만원 인하했다. 지난 3월에는 전 차종 할부금리 1%포인트 인하에 이어 이번 달에는 사상 처음으로 일부 차종에 대해 3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주는 등 내수 시장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조치로 분석했다. 그동안 보수적인 마케팅 기법을 사용해왔던 현대차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차량을 구매하는 방법인 할부에까지 손을 댔다는 자체를 놀라워했다. 하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지난 4월 현대차 내수 판매는 전년대비 4.3% 감소한 6만3050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36개월 무이자 할부라는 강수를 둔 것은 할부금리 인하에도 눈길을 주지 않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고 있다. 특히 3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부여하는 차종이 아반떼, LF쏘나타 등 소위 많이 판매되는 볼륨모델인 점은 그만큼 현대차의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대차는 작년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시장의 냉랭한 반응에 고배를 마셔야 했던 아슬란에 대해서도 할인 혜택을 내놨다. 아슬란의 최하위 트림인 '모던'의 가격을 95만원 인하했다. 여기에 기존 현대차 보유고객이 5월 아슬란을 구매할 경우 차량가격의 100만원을 할인해주기로 했다.

◇ 점유율 40% 돌파에도 웃지 못해

현대차가 이처럼 강공법을 택한 이유는 잃어버린 내수 시장을 되찾기 위해서다. 통상 20%씩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수입차에게 밀려나면서 현대차의 내수 시장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수입차들의 공세에 현대차는 작년 월별 기준 내수 시장 점유율이 30%대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기도했다.

이런 추세는 올들어서도 계속 됐다. 지난 1월 현대차의 내수점유율은 38.1%로 시작해 2월 38.8%, 3월 38.5% 등 계속 30%대에 머물렀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내수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대차의 점유율이 40% 이상을 꾸준히 유지해줘야한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합쳐 70% 중후반대를 유지해야만 예전과 같은 시장 지배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수입차들이 내수 시장을 파고 들면서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은 30%대에 머물다가 지난 4월 들어서야 40%대로 올라섰다. 현대차는 지난 4월 내수 점유율 41.3%를 기록했다. 올들어 처음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웃지 못했다. 그토록 바라던 내수 점유율 40%를 넘어섰지만 이는 외형상의 수치 상승일 뿐 내용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이 40%를 넘어선 것은 지난 3월 출시한 '올 뉴 투싼'이 4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된 영향이 크다. 4월 '올 뉴 투싼' 판매 대수는 총 8637대에 달한다. '올 뉴 투싼'이 없었다면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은 30%대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4월 월별 현대차 내수 판매량의 전년대비 실적을 살펴보면 현대차의 내수 부진이 얼마나 심각한지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작년은 현대차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다. 내수 부진이 심화됐고 수출도 원화강세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 작년 1~4월 월별 판매량은 올해 1~4월 판매량보다 많다. 올해 1~4월 중 전년대비 판매가 증가한 것은 3월 뿐이다.

◇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잃다

 

작년부터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현지 생산·판매를 통해 버티고는 있지만 근간이 되는 내수 시장에서는 참패를 거듭하고 있어서다. 해외 생산·판매도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과 자국정부의 지원을 받는 미국차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다.

결국 내수가 받쳐주지 못하면 현대차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내수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대차가 내수 시장 회복에 안간힘을 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의 내수 판매를 담당하는 국내영업본부는 현재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정 부회장은 국내영업본부 내에 '국내 커뮤니케이션실'을 두고 고객들의 불만을 직접 청취, 현장에 반영토록 하고 있다. 더 이상 현대차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과거처럼 파괴력있게 다가서지 못한다는 판단하에 소비자의 감성을 이해하고 이를 영업에 반영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내수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수입차들의 공세 뿐만 아니라 그동안 성장을 위해 해외에만 치중했던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결국 현대차는 해외에 치중하면서 내수 회복을 위한 타이밍을 놓쳤고 이 때문에 현재 내수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국내 영업본부에 신경을 쓰는 것은 내수 시장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라며 "그룹 내부에서도 현대차의 내수 시장 부진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사상 첫 36개월 할부에 가격 할인폭 확대 등 현대차가 동원할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나왔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따라서 이번 카드마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현대차로서는 내수 시장 회복이 요원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내수가 위축된 것은 그동안 성장을 위해 해외에만 치중했던 것에 대한 혹독한 대가"라면서 "현대차가 내수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회복을 위한 타이밍을 놓친 탓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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