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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알짜 '미얀마 가스전' 정말 팔까

  • 2015.05.28(목) 09:54

포스코, 미얀마 가스전 사업 매각 검토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위한 정지작업 성격

포스코가 계열사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미얀마 가스전은 대우인터내셔널의 알짜 수익원이다. 따라서 포스코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 소식에 대우인터내셔널은 물론 업계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포스코는 현재 고강도 경영쇄신을 선언한 상태다. 재무구조개선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포스하이알 법정관리 신청, 포스코플랜텍 워크아웃 신청 등 과거와 달리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미얀마 가스전 매각은 물론 나아가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알짜 사업 팔려는 속내는

포스코가 미얀마 가스전을 매각하려는 것은 장기적으로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것으로 보인다. 대우인터내셔널의 핵심 사업인 미얀마 가스전을 분리, 매각한 후 덩치를 줄인 대우인터내셔널을 매각하는 프로세스라는 분석이다. 포스코는 일단 미얀마 가스전 매각 대금을 본업인 철강에 투자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라는 두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미얀마 가스전 매각은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다.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하지만 물밑으로 매각 타당성을 진단하는 작업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결성된 경영쇄신위원회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당사자인 대우인터내셔널에도 문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포스코는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실무선에서 검토한 것은 맞지만 현재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의 자원개발 사업을 정리하려는 의도에 주목하고 있다. 작년 초 포스코는 비철강 사업 부문을 정리하면서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염두에 뒀었다. 포스코의 투자등급이 떨어졌던 시기다. 업종 특성상 상대적으로 부채가 많은 대우인터내셔널을 매각할 경우 신용등급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포스코는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의 자원개발사업부문을 분할,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핵심은 알짜 사업인 '미얀마 가스전 사업'이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재무구조개선과 철강본원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포스코 내부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의 매각을 일정 부분 진행하기도 했다. 작년 4월에는 매각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의 덩치가 너무 큰 데다 매수자가 나설 가능성이 적다는 판단하에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업계와 시장에서는 여전히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이번 미얀마 가스전 매각 진행도 이런 큰 그림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자원개발부문을 매각을 통해 대우인터내셔널의 덩치를 줄여 향후 있을 매각을 준비하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아울러 막대한 현금 유입도 가능하다. 또 비철강부문 정리라는 포스코의 구조조정 방향에도 들어 맞는다.

 

하지만 포스코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 구체화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의견이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컨셉트를 잡고 여러 사안들을 알아보는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직 이렇다 할 윤곽을 드러낼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 대우인터 영업익 85%가 미얀마 가스전

 

미얀마 가스전은 대우인터내셔널에게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미얀마 가스전 개발 사업의 시작은 지난 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얀마 정부가 대우에 해상가스전 개발 참여를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사업 중간에 사업 중단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대우와 미얀마 정부가 수십년간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위기를 넘겼다.

그렇게 진행된 사업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2004년에서 2006년 사이다. 당시 잇따라 가스전을 발견하며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 많은 역량을 투입했다. 지난 2010년 포스코에 매각된 이후에도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투자는 계속됐다.

 

실제로 지난 2012년에는 가스 생산을 위한 자금확보 차원에서 소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주식 492만주를 매각했다. 또 사업 집중을 위해 지난 2013년에는 비주력사업인 섬유제조부문을 정리하기도 했다, 포스코도 인수 당시부터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사업의 사업성을 높이 평가했다.

 

▲ 대우인터내셔널에게 미얀마 가스전은 매우 상징적인 사업이다. 지난 십수년간 노력 끝에 최근 들어서야 본격적인 상업생산과 더불어 수익을 내기 시작한 효자 사업이다. 지난 1분기 대우인터내셔널의 영업이익 중 85%가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서 나왔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0여년 간의 노력 끝에 미얀마 가스전은 작년 말부터 5억ft³(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본격적인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미얀마 가스전은 지난 1분기 94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거둔 영업이익 1108억원의 85%가 미얀마 가스전에서 나왔다. 그만큼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이제 막 결실을 맺은 알짜 사업인 셈이다.

대우인터내셔널 입장에서는 이런 사업을 매각하려하는 포스코가 야속할 수밖에 없다. 대우인터내셔널 내부에서는 매우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도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전 사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미얀마 가스전 매각은 회사의 동력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포스코에 대한 불신과 불만, 자회사로서의 자괴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연휴 중 회장님께 편지를 통해 알려드렸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포스코로 인수된 이후 기업 문화 등의 차이로 보이지 않는 갈등을 겪어왔던 것이 이번을 계기로 터져 나온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향후 30~40년간 연 4000억원의 세전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알짜 사업"이라며 "이제 본격적인 이익 구간에 접어든 사업을 매각 대상으로 검토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 시장 "대우인터 매각 위한 정지작업"

시장에서도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매각 움직임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매각할 경우 대우인터내셔널의 기업 가치가 훼손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을 매각할 경우 최대 4000억원의 세금을 물어야하는 만큼 매각을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쌓아왔던 미얀마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했을때 동남아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포스코에게 매각은 득이 될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 시장에서는 포스코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의 이면에는 대우인터내셔널을 매각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 검토건으로 대우인터내셔널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최지호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속적인 분사 및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단기적인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구조개선을 선언한 포스코가 이익을 내고 있고 향후 전망도 밝은 미얀마 가스전 사업 매각을 검토하는 것에는 숨은 의도가 있어 보인다"면서 "대우인터내셔널을 매각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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