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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대우조선 '정성립號'..가시밭길 예상

  • 2015.05.29(금) 14:49

실적회복·구조조정·조직안정 등 과제 산적
업계 "조급함 버리고 기초체력 회복해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내정자가 공식적으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은 후임 사장 선정 지연에 따른 내부 혼란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정성립 사장 체제'를 갖추게 됐다. 하지만 '정성립號'가 앞으로 넘어야 할 파도가 만만치 않다. 당장 악화된 실적 회복부터 구조조정, 조직 안정까지 산적해 있다.
 
◇ '빅배스' 이후가 중요

대우조선해양은 29일 오전 서울 다동 본사 사옥에서 제16기 1차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성립 사장 내정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는 정 내정자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전임 대표이사인 고재호 사장은 관례에 따라 앞으로 2년간 고문직을 맡는다.
 
정성립 사장 체제의 대우조선해양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실적 회복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분기에 433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분기 기준 대우조선해양이 영업손실을 낸 것은 지난 2006년 3분기 이후 8년만이다. 당기순손실은 1724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여타 경쟁업체에 비해 견조한 실적을 보여왔던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1분기 이처럼 부진했던 것은 해양플랜트에서의 손실 탓이다. 해양플랜트의 특성상 건조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에 발주처의 잦은 설계 변경 등에 따른 추가비용도 적지 않다. 올해 말까지 최대 10기의 해양플랜트를 인도해야 하는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내정자가 공식적으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은 정성립 사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체질개선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전체 매출에서 해양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으로 66%다. 현대중공업은 13.4%, 삼성중공업은 33%다. 상대적으로 해양부문의 비중이 크다. 그만큼 부담도 큰 셈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적어도 오는 3분기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사장 체제가 들어선 만큼 '빅배스(Big Bath)'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빅배스'는 경영진 교체 시기에 부실을 털어내는 것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새 경영진의 공적을 부각하기 위해 사용된다. 작년 현대중공업도 권오갑 사장이 취임한 이후 잠재적 손실을 실적에 대거 반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도 2분기 실적부터 해양플랜트 부문의 예상 손실을 충당금으로 쌓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정 사장이 부실을 털어낸 이후 본격적인 실적 회복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다. 현재 조선 업황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황 부진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회복이 쉽지만은 않은 이유다.
 
◇ 구조조정 난항 예상

이와 함께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도 진행될 전망이다. 정 사장은 '조선업종에 대한 집중'을 강조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풍력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또 부실 계열사들에 대한 정리작업에도 착수했다. 현재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은 대우망갈리아중공업,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 드윈드, 대우조선해양트렌튼, 대우조선해양건설, 퓨처리더십센터(FLC) 등 6곳이다. 이들은 모두 본업인 조선업과 상관이 없거나 오랜기간 실적 부진에 시달렸던 곳들이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로 내정된 이후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이들 계열사에 대한 정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황 부진에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조직을 슬림화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생각이다. 대신 본업인 조선업에 집중해 기초체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 정성립 사장은 핵심사업에 대한 집중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부실 계열사들에 대한 정리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직 개편 등을 통해 무너진 조직을 추스리고 하루 빨리 대우조선해양을 정상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 사장의 구조조정이 단박에 성과를 내기를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매각을 검토중인 계열사들이 대부분 매물로서 가치가 떨어져서다.

 

특히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의 경우 루마니아 정부와 중국 정부가 지분을 가지고 있어 매각이 쉽지 않다. 나머지 매물들도 모두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데다 전망도 밝지 않아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조직 기강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작년말부터 불거진 신임 사장 선임 논란으로 조직이 어수선한 상황이다. 조직내 파벌 싸움과 음해 등이 난무했다. 이런 이유로 지난 3월에는 수주액이 0원을 기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경험했다. 이에 따라 정 사장은 다음달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내부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성립 사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산적한 과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지혜가 아니겠느냐"며 "임기 내에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무너진 대우조선해양의 기본부터 다시 다져가는 작업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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