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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우조선해양]④'정성립호' 산 넘어 산

  • 2015.04.15(수) 16:46

수주 회복·조직통합 등 숙제 산적
경영능력은 합격점..좀 더 지켜봐야

대우조선해양의 신임 CEO가 내정됐다. CEO 교체설이 나온 지 4개월 만이다. 대우조선해양 신임 CEO 선정은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각종 잡음이 불거져 나왔고 대우조선해양은 만신창이가 됐다. 대우조선해양이 입은 유무형의 피해는 결국 신임 CEO가 떠안아야 하는 짐이 됐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신임 CEO를 중심으로 위기를 타개해 나갈지 여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만일 신임 CEO가 현 상황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다면 대우조선해양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정성립호(號)'는 시작부터 큰 부담을 안고 출항하는 셈이다.

◇ 산은의 '침묵'이 낳은 파행

대우조선해양의 신임 CEO 선정 논란은 작년 12월 불거졌다. 연임이 확실시되던 고재호 사장이 물러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고재호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을 이끌면서 수주와 실적면에서 나무랄데 없는 성적을 냈다. 여기에 노조와의 관계도 좋았다. 그런만큼 그의 교체설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산업은행은 초지일관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갖가지 추측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고재호 사장의 연임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청와대에서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후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신임 CEO 추천에 골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임 CEO 선정이 지연되자 대우조선해양도 불안감에 휩싸였다. 외부 영입설과 내부 승진설이 엇갈렸다. 회사 내부에서는 암투가 벌어졌다. 투서와 음해도 난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신임 CEO 문제로 내홍을 겪는 동안 대우조선해양의 체력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 산업은행의 선택은 정성립 STX조선해양 사장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내정에 대해 산업은행의 고민의 산물로 보고 있다.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고 내부와 외부 모두로부터 비난을 받지 않을 인물을 물색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정 내정자는 지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을 지낸 '외부 아닌 외부 같은' 인물이다.

급기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월 단 한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산업은행은 "빠른 시일 내에 신임 CEO 후보를 추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고재호 사장의 임기를 차기 사장 선임시까지로 연기했다. 
 
사태의 심각성은 깨달은 산업은행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반발도 잠재우면서 대내외적으로 비난을 받지 않을 사람이 필요했다. 그 적임자가 정성립 STX조선해양 사장이었다. 정 내정자는 지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지냈다. 당시 그는 모기업인 대우그룹의 해체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조선해양을 1년만에 정상화시켰다.
 
무엇보다도 그는 '외부 아닌 외부 같은' 사람이다. 정 내정자는 26년간 대우조선해양에 몸담았던 '대우맨'이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그를 내정하면 '낙하산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 또 내부적으로도 '대우맨'의 컴백인 만큼 외부 수혈이나 내부 승진으로 일어날 수 있는 잡음을 없앨 수 있다. 산업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인 셈이다.

◇ 수주회복, 조직통합 현안
 
정 내정자에게 떨어진 당면 과제는 수주 회복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분기 조선 빅3 중 가장 저조한 수주실적을 거뒀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 이후 수주한 저가 수주 물량 해소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해양 부문도 고사양·대형 플랜트 건조에 따라 도크 및 인력들의 생산성 저하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해양 플랜트는 발주처의 주문 변경이 잦다. 발주처가 주문을 변경할 경우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 또 크기가 크다보니 오랜 기간동안 도크의 상당부분을 점유하고 있어 도크 회전율이 떨어진다. 이런 악재를 털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주 정상화를 통한 새로운 일감이 유입이 절실하다.

현재 조선업황은 여전히 침체돼 있다. 선박 발주량은 계속 줄고 있고 대우조선해양이 강점을 가진 해양 부문도 유가 하락으로 전망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다. 특히 지난 1분기 동안 내홍을 겪으며 일선 영업 조직들의 피해가 컸다. 이를 정상화하는 것이 그가 해야할 일이다.

▲ 정성립 내정자 앞에는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다. 우선 급감한 수주 실적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현재대로라면 올해 수주 목표 달성은 요원하다. 아울러 최근 수개월간 와해된 조직을 재정비하고 무너진 조직을 통합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우조선해양의 앞날은 어두워질 수 밖에 없다.

정 내정자는 대우조선해양 시절 영국과 노르웨이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했다. 당시 해외 선주들과 두터운 인맥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영업통이다. 따라서 정 내정자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를 얼마나 가동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조직 내부 통합도 시급하다. 신임 CEO 선임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조직은 무너질대로 무너졌다. 특히 노조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이 급선무다. 노조에서는 산업은행이 정 사장을 내정한 것은 같은 산업은행의 지배하에 있는 STX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을 통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 고강도 구조조정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정 내정자는 최근 노조를 만나 이와 관련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도 일정 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을 뿐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로 보고있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모두 어떤 식으로든 정리해야한다. 몸집이 크면 매각은 어려워진다. 몸집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노조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저런 논란이 있지만 산업은행이 정 내정자를 신임 CEO로 선택한 것은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며 "이제 남은 것은 정 내정자가 본격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어떻게 다시 일으킬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 기대에 부응할까

대우조선해양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정 내정자의 경영능력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대우정보시스템 회장 시절 큰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최근까지 이끌었던 STX조선해양에서는 나름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정 내정자는 지난 2013년 STX조선해양 사장으로 조선업계에 복귀했다. 이후 그는 STX조선해양 정상화에 사활을 걸었다. 그 덕에 지난 2013년 2조3592원에 달했던 STX조선해양의 영업손실은 작년 3038억원까지 줄었다. 이 부분이 산업은행과 시장,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 기대를 거는 부분이다.
 
▲ 정성립 내정자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의 발목을 잡아왔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와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의견은 다르다. 정 내정자가 향후 전개할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혁신 작업 과정에서 생길 각종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을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시장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김홍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차기 사장 선임에 대한 불확실성을 불식 시키기 위해 산업은행에서 적절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판단된다"며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이 보기보다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내정자가 대우조선해양이라는 큰 배를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그 과정에서 생길 리스크를 얼마나 적절히 컨트롤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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