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글로벌 기업과의 합작 사업을 통해 외연을 넓히고 있다. 원료 다변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함께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추기 위해서다.
석유화학은 대규모 장치산업인 까닭에 신규 투자에 대한 부담이 크다. 롯데케미칼은 합작을 통해 투자금을 나눠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제품 공급처를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외국 기업과 손을 잡아 내수 기업이란 그룹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효과도 있다.
◇ 셰일가스 기반 에탄크래커 설립 투자
지난 17일 롯데케미칼 이사회는 미국 에탄크래커 및 에틸렌글리콜(EG) 플랜트 투자를 확정했다. 미국 현지에 연산 100만톤 규모의 에탄크래커 플랜트 및 연산 70만톤의 EG 플랜트를 세우는 것이다. 총 투자금액은 30억 달러이며 이 중 롯데케미칼은 8억6000만 달러를 투자한다.
이 프로젝트는 롯데케미칼이 미국 액시올(Axiall)과의 합작을 통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액시올은 화학제품 및 건축용 자재를 생산하는 석유화학기업으로 지난해 기준 약 5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프로젝트는 나프타가 아닌 에탄을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건립되는 에탄크래커에선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에탄을 분리해 에틸렌을 만든다. 여기서 생산된 에틸렌으로 EG플랜트에서 EG를 만드는 것이다.
국내 석유화학사 대부분은 석유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로 에틸렌을 만들어 국제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지난해 말 국제유가 급락시, 정유사 뿐 아니라 석유화학사들도 대규모 재고손실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셰일가스에서 생산되는 에탄을 원료로 에틸렌을 만들면 유가 변동으로 인한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또 셰일자원 개발 기술의 발전으로 에탄 가격이 떨어져 나프타보다 원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게 롯데케미칼의 판단이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이상이면 에탄크래커의 경쟁력이 높고, 유가가 최대 9.5달러까지 떨어져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롯데케미칼은 에탄크래커를 통해 생산된 에틸렌중 일정량을 액시올에 판매하기로 했다. 안정적인 매출처 확보는 물론 아시아 시장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대규모 및 저가 기반의 원료를 바탕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며 “이번 합작이 롯데케미칼은 물론 롯데그룹의 미국사업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고부가 고무시장 진출 준비
롯데케미칼은 SSBR(Solution Styrene Butadiene Rubber) 및 EPDM(Ethylene Propylene Diene Monomer) 등 특수고무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SSBR은 타이어라벨링(타이어 연비효율 및 젖은 노면에서의 제동력 등급제) 제도 도입으로 인해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롯데케미칼은 물론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도 이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EPDM은 내오존성과 내후성, 내열성 등이 뛰어나 각종 산업용 부품소재로 사용되는 특수고무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롯데케미칼은 이 시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경쟁사와 달리 이탈리아 국영석유회사 ENI S.p.A의 자회사 베르살리스(Versalis)와 SSBR 및 EPDM 생산 및 판매를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제품을 생산할 공장은 전남 여수로 정한 상태로 아직까지 합작법인 지분율 등은 양사가 논의 중인 단계다. 롯데케미칼은 약 1405억원을 투자해 지분율 50%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제품 다각화와 함께 합작을 통해 신규시장 진입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이번 합작으로 고무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SSBR 및 EPDM은 새로운 수익원 역할을 할 것”이라며 “베르살리스가 이탈리아 국영석유회사의 자회사인 만큼 유럽 및 선진국 시장 공략에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과의 합작은 절차상 복잡한 경우가 많아 추진이 쉽진 않다”면서도 “합작이 성사되면 자금조달에도 여유가 생기고 매출처 확보 및 글로벌 시장 공략 등 유리한 측면이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