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완성차 업계는 물론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생산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 졌다. 일단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생산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예상하고 사업 계획을 세운 터라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 보조금 축소하는 중국.. 오히려 기회
중국 정부는 최근 2017~2018년에는 전기차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기존보다 20% 축소하고, 2019~2020년에는 지금보다 40%를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2021년부터는 보조금 제도 전면 폐지를 예고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4년에도 중국은 단계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줄여나갈 계획을 공개했다. 당시 발표한 통지안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6년 보조금 대상 차량을 2013~2015년과 마찬가지로 전기자동차(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및 연료전지자동차로 한정했다.
보조금 지급 규모 역시 2017년에는 2016년 대비 10% 감소, 2019년에는 2017년 기준보다 10% 추가 감축할 계획이었다.
▲ 중국 전기차 보조금 지원 현황(2016년) |
최근의 발표는 종전 계획보다 보조금 축소에 속도를 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전기차 기술 발전으로 생산비용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김종현 LG화학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부사장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감축은 전기차 육성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생산비용의 감소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미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고려해 사업계획을 설정했기 때문에 이번 감축 계획 발표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이같은 정책 변화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기차 보조금의 단계적 축소는 원가 경쟁력 개선 때문으로 오히려 우수한 전기차를 만드는 업체들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된다”며 “이는 중국 정부가 기술 개발 없이 보조금에 의존하는 자국 전기차 업체들에게 보내는 경고이며 기술력이 앞선 국내 기업들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고위 관계자 역시 “중국 상용차 시장의 일부 규제 변화가 전체 시장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줄 수 있겠냐”며 “보조금 삭감은 경쟁력이 앞선 기업에겐 기회요인이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세는 NMC 소재 배터리
중국 정부 발표 중 또 다른 이슈는 중국 전기버스의 NMC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소재 배터리에 대한 안정성 점검이다.
지난 24일 열린 중국 배터리 포럼에서 장비산업부 장관은 NMC/NCA 소재 배터리의 안정성을 점검할 예정이며, 조사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전기 버스에 해당 배터리 탑재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기업 육성과 함께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NMC 소재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들이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다. 이에 반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아직까지 LFP(리튬·인산·철)를 양극소재로 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과거 LFP(올리빈계, 양극활물질 종류에 따른 분류)는 안정성에 있어 NMC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생산비용이 낮아 가격 경쟁력에서 앞섰다. 하지만 NMC나 NCA 소재 배터리의 가역용량이 더 크고, 기술 발달로 인해 안정성은 물론 생산비용도 LFP보다 더욱 저렴해진 상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용량이 크고 생산비용도 적게 드는 NMC 소재 배터리를 선호한다. 시장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NMC 소재 배터리가 이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이 NMC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버는 이유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자국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내세운 점은 불확실한 요소”라며 “하지만 NMC 배터리가 가격 및 성능이 우수해 전기차 시장에서 NMC 중심의 방향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국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은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입지를 굳힌 상태다.
김종현 부사장은 “중국에는 NMC 배터리 생산기업이 없다는 게 중국 정부의 고민”이라며 “이르면 1분기 이내에 NMC 조사 결과를 확정할 전망이고, 고객사 대부분은 NMC 배터리를 선호하고 있어 탑재가 전면 금지되진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기업들도 이른 기간 내에 NMC 배터리 생산기술을 개발할 것이란 사실은 분명하지만 기술 격차가 줄어드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