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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의 폭스바겐, 철퇴는 일단 피했지만

  • 2016.08.03(수) 11:33

법시행 허점 노려 과징금 폭탄 모면
판매차량 68% 인증 취소…여론 더 악화

환경부가 폭스바겐 차량 8만3000대에 대해 인증 취소 처분을 내렸다. 예상했던 대로다. 그동안 환경부는 폭스바겐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내릴 것을 예고해왔다. 그 예고가 현실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은 국내에서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폭스바겐에 내려진 과징금 액수가 당초 예상치보다 크게 낮아져서다. 폭스바겐측이 과징금 폭탄을 맞기 직전 자발적으로 판매 중단에 나서면서 정부의 철퇴를 피했다는 지적이다. 일종의 꼼수를 부린 셈이다. 일단 철퇴는 피했지만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 10대 중 7대 인증 취소…사실상 퇴출

환경부는 2009년부터 지난달 25일까지 판매된 폭스바겐 32개 차종 80개 모델 8만3000대에 대해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로써 폭스바겐의 인증 취소 차량 대수는 작년 11월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이 드러나 인증이 취소된 12만6000대를 합쳐 총 20만9000대로 늘었다. 이는 폭스바겐이 2007년부터 국내에 판매한 차량의 68%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번에 인증이 취소된 차량에는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 골프 2.0 TDI와 아우디 A6 35 TDI, A6 35 TDI 콰트로 등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인기 모델들이 대거 포함 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인증 취소 대수와 모델들을 고려할 때 폭스바겐이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퇴출 처분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이에 대해 폭스바겐코리아는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는 절대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영업 정상화에 중점을 두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폭스바겐코리아는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재인증 등 다양한 방안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기존 고객들에게는 운행과 A/S 등에는 전혀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환경부는 폭스바겐코리아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지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작년 '디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폭스바겐코리아측이 초지일관 무성의로 일관해 왔던 만큼 이번 행정처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를 보고 향후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일 재인증을 요청할 경우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다.

◇ 폭스바겐의 '꼼수'냐 '신의 한 수'냐

하지만 환경부의 이번 행정처분 이후에도 폭스바겐코리아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과징금 규모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번 행정 조치와 함께 폭스바겐측에 과징금 178억원을 부과했다. 문제는 액수다. 당초 업계에서는 최대 320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정부가 법률 개정을 통해 과징금 상한액을 종전 차종별 10억원에서 100억원까지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부과된 과징금은 178억원에 불과했다. 폭스바겐측이 대형 로펌의 자문을 받아 대규모 과징금 회피 방법을 찾아냈고 이를 실행한 탓이다. 정부의 차종별 과징금 상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달 28일부터 적용됐다. 이를 포착한 폭스바겐은 법률 시행 사흘전인 지난달 25일 자발적으로 판매 중지를 선언했다. 28일부터 판매된 차량에 대해 과징금 최대 100억원을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을 피해간 셈이다.

▲ 업계에서는 과징금 폭탄 회피를 위해 폭스바겐이 꼼수를 부린 것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이명근 기자 qwe123@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측의 '꼼수'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 가뜩이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 과징금 회피를 목적으로 '자발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판매 중지에 나선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폭스바겐 사태로 다른 수입차 브랜드도 유무형의 타격을 입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자신들만 살겠다고 꼼수를 부리는 바람에 수입차에 대한 시선이 더욱 안좋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폭스바겐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고 신의 한 수 일지 모르겠지만 이번 건은 너무 근시안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정부와 소비자들의 감정만 더욱 자극한 결과여서 도대체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 폭락하는 중고차값…넋 잃은 딜러사들

업계의 우려대로 여론은 매우 좋지 않다. 특히 폭스바겐이 과징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 폭스바겐 소유주들은 물론 딜러사에게 까지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폭스바겐 소유주들은 중고차 가격 하락을, 딜러사들은 판매 중지에 따른 후폭풍을 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중고차 가격은 작년 디젤겡트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다가 최근 들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 중고차 가격은 예전에 비해 약 12% 가량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BMW나 벤츠에 비해 하락 폭이나 속도가 점점 더 크고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 폭스바겐에 대한 정부의 대규모 인증 취소로 소비자들을 비롯한 딜러사들의 걱정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소비자들은 중고차 가격 하락과 A/S 문제를, 딜러사들은 판매 급감에 따른 후폭풍에 대한 걱정이 크다./이명근 기자 qwe123@

딜러사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구매를 문의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가 없다. 대부분 A/S가 제대로 이뤄질 지 여부를 걱정하는 문의만 빗발치고 있다. 한 폭스바겐 딜러사 관계자는 "하루에 수십통씩 A/S 관련 문의만 받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구매 문의는 전혀 없다. 손놓고 개점 휴업 상태다. 앞으로의 일이 막막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이 이번 행정조치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나리오별 이해관계가 복잡해 쉽사리 결론 내기가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정부가 폭스바겐의 과징금 회피 꼼수에 대해 단단히 철퇴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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