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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Out]③숨죽인 수입차 시장

  • 2016.07.19(화) 13:32

잘나가던 해외 브랜드 '폭스바겐 후폭풍'에 주춤
리콜 부담+소비자 신뢰 상실..단기 회복 힘들 듯

폭스바겐 사태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이번에는 국내 시장 퇴출까지 거론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 인증서류 조작사건은 신뢰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폭스바겐측에서는 현재 이 사안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 여론은 아주 좋지 않다. 국내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는 사실에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폭스바겐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문제는 폭스바겐의 퇴출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는다는 점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도 변화가 예상된다. 새 국면에 접어든 폭스바겐 사태의 현황과 문제점, 예상피해 등에 대해 짚어본다.[편집자] 


국내 수입차 시장은 그동안 급속도로 성장했다. 수입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로망과 이를 노린 업체들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최근 수년간 독일 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디젤 모델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수입차 시장의 성장 속도는 더 빨라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폭스바겐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변했다. 폭스바겐이 디젤 게이트로 휘청거리면서 시장도 충격을 입었다. 여기에 또 다시 폭스바겐의 서류 조작 파문이 불거졌다. 폭스바겐 발(發) 잇단 악재 출현은 수입차 시장 전반을 뒤흔드는 메가톤급 폭탄이 됐다. 업계에서 조심스럽게 올해 수입차 시장 역성장을 예상하는 이유다.

◇ 이번에는 어렵다


작년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불거졌을 당시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은 끝났다'는 분석이 많았다.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소비자들을 기만해왔던 만큼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실제로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 정부는 잇따라 배출가스 조사에 나서는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그만큼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의 파장은 컸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여론은 들끓었고 폭스바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디젤 게이트가 불거진 직후인 폭스바겐의 작년 10월 판매량은 전년대비 46.2% 감소했다. 전월대비로는 67.4%나 줄었다. 매월 베스트셀링 모델 톱10에 2~3개 모델을 올렸던 폭스바겐의 몰락은 현실이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기막힌 반전이 있었다. 10월 판매 급감을 경험한 폭스바겐은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나섰다. 주요 모델 무이자 할부 혜택에 차종별로 최대 1772만원 할인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폭스바겐의 이런 전략은 적중했다. 디젤 게이트로 움츠러들었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었다. 그 결과, 11월 폭스바겐 판매량은 전년대비 65.6% 증가한 4517대를 기록했다. 전월대비로는 377%나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의 판매 증가에 대해 의아해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할인 폭탄으로 조작을 덮은 폭스바겐의 전략에 모두들 혀를 내둘렀다. 이후 폭스바겐의 판매량은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물론 과거에 비해 판매량이 감소하긴 했지만 브랜드의 존립이 흔들릴 만큼은 아니었다. 폭스바겐 사태는 그렇게 조용히 묻히는 듯 했다.

그러나 폭스바겐의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예기치 않았던 곳에서 악재가 터졌다. 검찰 수사 결과 폭스바겐은 물론 아우디 등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조직적으로 서류 조작을 해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규모도 상당하다. 지난 10년간 판매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차량의 70%가 인증 서류 조작에 의한 것이었다는 검찰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디젤 게이트에 이은 또 다른 대형 악재다.

이번 폭스바겐 사태가 판매량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7월 판매량이 집계되는 8월 초에나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에는 작년 디젤 게이트 때와는 상황이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된 상황에서 또 다시 조작 사건이 터진 만큼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제는 대규모 프로모션으로도 덮을 수없을 만큼 사안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 폭스바겐 태클에 휘청

작년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24만3900대였다. 사상 처음으로 연판매 20만대를 넘어선 기념비적인 해다. 작년 3월에는 최초로 월판매 2만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수입차는 더 이상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존재로 부상했다. 현대·기아차도 수입차의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했을 만큼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달랐다. 작년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24.2% 증가했다. 지난 2014년의 증가율에 비해 떨어졌다. 증가 속도가 둔화됐다는 의미다. 눈에 띄는 점은 작년 10월과 11월 판매량이다. 10월 판매량은 1만7423대였다. 작년 월별 판매량 중 두 번째로 적은 달이었다.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불거진 직후다. 11월에는 다시 2만2991대로 올라섰다. 폭스바겐 프로모션이 진행된 달이다.

작년 수입차 판매에서 폭스바겐 변수가 얼마나 큰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작년 폭스바겐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14.67%였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3위다. 같은 계열사인 아우디와 벤틀리 등을 합하면 부동의 1위로 올라선다. 그만큼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비중은 높다. 작년 수입차 시장이 전년대비 판매 증가율이 떨어진 것도 결국 폭스바겐 때문이다.


올해도 이런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2.6% 감소했다. 같은 기간 폭스바겐의 판매량도 전년대비 33.1% 감소했다. 국내 수입차 점유율 상위 4개 브랜드 중 가장 많은 판매 감소를 겪고 있다. 작년 디젤 게이트의 여파다. 그 탓에 수입 디젤차에 대한 관심이 줄면서 수입차 판매량도 감소 추세다. 작년 68.85%였던 디젤차 비중은 올해 상반기 64.82%로 줄었다.

문제는 디젤 게이트에 더해 이번에는 인증 서류 조작까지 겹치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 전반이 위축될 것이라는 점이다. 당초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올해 수입차 판매 전망을 25만5000대로 잡았다. 하지만 상반기에 11만6749대에 그쳤다. 산술적으로 25만5000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반기에 14만대 가량을 판매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25만대를 넘어서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엎친데 덮친격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니겠느냐"며 "가뜩이나 디젤 게이트로 시장이 위축돼 어려운 판국에 이런 사태까지 터졌으니 하반기 수입차 판매는 더욱 움츠러들 것으로 본다. 연간으로 20만대만 판매해도 선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 얼마나 갈까

업계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얼마나 갈까'다. 크게 두 가지다. 폭스바겐 사태의 여파가 얼마나 갈 지와 그 여파로 수입차 시장의 부진이 얼마나 이어질 지다. 우선 폭스바겐 사태의 여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다. 폭스바겐의 인증 서류 조작 사태로 폭스바겐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다. 향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대세는 기울었다는 평가다.

정부의 의지는 강경하다. 이미 판매 중지 결정을 내린 상태다. 공식 절차만 남았을 뿐이다. 폭스바겐에게 판매 중지는 곧 퇴출과 마찬가지다. 이미 판매한 모델에 대해서는 리콜은 물론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신차 판매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그것이 가장 크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에 대한 정부의 판매 중지 결정이 공식화되면 그 영향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그동안 폭스바겐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했던 비중에 비례해 그 후폭풍도 클 것이다. 어쩌면 한국 시장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폭스바겐의 의지와 상관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이 이번 사태로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의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데다 연이은 조작으로 소비자들의 마음까지 완전히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폭스바겐의 이런 몰락은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국내 수입차 시장에도 상당기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입차 시장 위축도 예상도는 결과다. 국내 수입차 4대 메이커 중 하나인 폭스바겐이 밀려난다는 것은 단순히 플레이어 하나가 없어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몇몇 주요 브랜드 위주의 시장이다. 그만큼 시장이 좁고 충격에 민감하다. 작년 디젤 게이트 이후 현재까지 수입차 판매량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폭스바겐이 주력했던 디젤 세단 이외의 모델들은 일정 부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특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SUV 모델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상반기 수입차 베스트셀링 톱 10 중 3개가 SUV였다. 또 디젤 게이트 이후 불고 있는 친환경차 붐에 힘입어 다양한 친환경 모델들의 등장도 기대해볼만한 요소다. 전반적인 위축은 있겠지만 시장의 붕괴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수입차 업체 고위 관계자는 "시장 전반의 위축은 당연하다"면서 "다만 얼마만큼, 얼마나 오래가 관건이다. 폭스바겐의 파장이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국내 수입차 시장도 이제 나름의 자생력을 갖춘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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