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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사업 쪼개기는 '신의 한 수'

  • 2016.11.16(수) 16:09

주력 사업 집중 및 독립경영 체제 확보
지주사 전환 위한 포석‥재무구조도 개선

현대중공업이 사업부문 쪼개기에 나섰다. 점차 현실이 되고 있는 '수주절벽'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핵심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주력인 조선·해양을 비롯 총 6개 부문으로 나눠 분사시키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각 사업부별로 독립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사업부문 분사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표면적으로는 장기화 되고 있는 업황 부진을 사업 분할로 대응하겠다는 것이 가장 크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더 먼 곳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지주회사 전환이다. 지주회사 체제를 갖춰 위기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후계구도를 준비하려는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 주력에 집중‥경쟁력 강화

현대중공업이 각 사업부문의 분사를 결정했다. 기존 현대중공업을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분리해 독립경영체제를 갖춘다. 큰 사업의 틀은 조선‧해양·엔진 부문, 정유‧에너지 부문, 전기전자 부문, 건설장비 부문으로 나뉜다. 규모가 작은 그린에너지, 서비스 등은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사된다.

이번 분사 계획의 목적은 주력 사업에 더욱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중공업의 주력인 조선·해양 부문과 이와 연관된 엔진 부문을 한데 묶어 주력 사업에 집중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이를 제외한 비조선 부문은 모두 나뉘어져 독립 회사로 운영된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현대중공업의 이같은 분사 계획은 채권단에게 제출했던 자구 계획의 일환이다. 당초 가장 마지막 단계에 진행키로 했으나 현재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앞당겨 시행키로 했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수주절벽' 현상으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 수주액은 올해 목표치의 22.5%에 그쳤다.

현대중공업은 이같은 위기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주력 사업을 한데 묶고 나머지 사업들은 각자의 성격에 따라 재편해 분사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은 비핵심 사업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를 해소하겠다는 생각이다.

분사를 통해 차입금도 각 부문으로 배분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중공업의 차입금 7조원 중 약 5조원 가량을 분할되는 회사에 배분한다. 이렇게 되면 3분기 말 현재 168.5%에 달하는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은 내년 100% 미만으로 낮아진다. 사업 재편은 물론 재무구조건전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 지주사 전환을 위한 밑그림

일각에서는 이번 현대중공업의 분사 조치에 대해 다른 포석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주사 전환이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의 순환 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를 해소하고 지주사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은 오래 전부터 내부적으로 추진돼 온 사안이다.

이번 기회에 각 주력 사업에 힘을 집중하고 여타 사업들도 독립 경영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지주사 전환에 필요한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큰 그림'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은 큰 설득력을 가진다. 특히 이번 분사되는 법인 중 현대로보틱스가 알짜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를 가져가는 부분이 가장 큰 증거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kym5380@

분사 후 현대로보틱스는 부채 2조1000억원과 더불어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를 보유하게 된다. 이는 현대오일뱅크의 대주주가 기존 현대중공업에서 현대로보틱스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 앤 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의 지분 13.4%도 보유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현대로보틱스가 향후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으로서는 과도하게 많은 사업부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를 갖게 된다. 본체인 현대중공업도 그동안 짊어지고 있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의 후계 구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몽준 대주주는 현대중공업의 지분 10.15%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의 경우 보유 지분이 미미하다. 따라서 지주회사로 전환될 경우 정기선 전무의 승계 작업은 더욱 수월해질 수 있다.

◇ 시장 "잘 했다"

현대중공업의 이번 사업 분할 조치에 대해 시장에서도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날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전일대비 5.12% 오른 15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이 가지고 있던 각종 리스크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 시장의 주된 반응이다.

정동익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업부 분할 및 일부 매각은 현대중공업이 채권단에 제시한 자구안에 포함된 것으로, 자구안 이행의 마지막 단계"라며 "사업특성에 맞는 독자경영이 가능해짐으로써 경영 효율성 향상이나 신인도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7개 사업부를 보유한 현대중공업은 과도하게 많은 사업부에서 파생되는 비효율성으로 기업가치 산정의 할인이 지속됐다"면서 "선제적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으로 기업가치 정상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 현 메리츠종합금융증권 팀장은 "조선·해양·플랜트에 편중된 역량을 기업구조 재편을 통해 합리적으로 자원을 재분배하는 긍정적 과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주사 전환이나 승계를 위한 작업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생각은 다르다. 이재원 애널리스트는 "이번 결정은 지주사 체제로의 변화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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