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 닻을 올렸다. 순항하면 오너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현대로보틱스 지분을 10%에서 26%로 끌어올리며 정점에 오르게 된다.
▲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보틱스는 지난 12일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해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실시키로 했다. 다음달 12일부터 31일까지 공개매수를 통해 3개사 주주로부터 주식을 넘겨받은 뒤 그 값만큼 현대로보틱스 신주를 발행하게 된다.
공개매수는 각각 3개사 총발행주식의 14%가량을 대상으로 한다. 공개매수를 완료하면 현재 3개사 지분을 각각 13% 소유하고 있는 현대로보틱스는 각각 27%로 확대하게 된다.
올 4월초 현대중공업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신설된 현대로보틱스는 분할 이후 2년 내로 완료해야하는 상장 자회사 지분 20% 이상인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게 되는 것.
공개매수금액은 현대중공업 1조4400억원(공개매수주식 820만주·매수가 17만5159원), 현대일렉트릭 1680억원(53만주·31만6617주), 현대건설기계 1650억원(52만주·31만7647주)이다. 공개매수에 응한 3개사 주주들의 총 1조7700억원에 대해 현대로보틱스는 현 발행주식의 36.4%인 438만2817주의 신주를 발행한다.
아울러 이번 현물출자·유상증자를 계기로 현대중공업그룹 오너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지주회사 지배체제의 정점에 위치하게 된다. 현대중공업 인적분할로 4개사의 지분을 각각 10.2% 분산소유하고 있는 정 이사장이 지주회사 현대로보틱스로 갈아타게 되는 것.
이번 현물출자·유상증자는 요건 충족 외에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포석도 깔고 있다.
공개매수 예정주식수를 초과하는 경우 응모주식수에 비례하여 신주는 안분 배정되지만 통상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공개매수 때 일반 소액주주들은 참여가 저조한 편이다. 투자와 지배력 강화 역할을 위한 지주사보다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는 다르다. 자회사 주식을 지주사 주식과 맞바꿔 지주사 지배력을 높이는 지렛대로 활용한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정 이사장의 보유지분이 전량 현대로보틱스 신주로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현대로보틱스 최대주주인 정 이사장은 지분은 26.2%로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