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이 총 6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양사는 이번 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해외법인 인수와 시설투자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현 발행 주식수의 약 38%에 달하는 138만주, 142만주의 유상증자를 각각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유상증자 이후에는 보통주 1주당 1주의 신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진행한다.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은 지난 4월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된 회사로 각각 건설장비와 전기전자사업을 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다. 현대로보틱스가 기존 지분율(현대건설기계 32.1%, 현대일렉트릭 35.6%) 만큼 증자에 참여한다면 2300억원 가량을 투입해야 한다.
앞서 현대오일뱅크가 지난달 총 2940억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한 것도 현대로보틱스의 이번 증자참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91.1%를 보유 중이며 중간배당으로 약 2700억원을 챙겼다.
눈에 띄는 대목은 증자로 확보하는 돈의 쓰임처다.
현대건설기계는 이번 증자로 3400여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 해외법인 구축과 '신뢰성 센터' 등의 설립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구체적으로 현대중공업의 중국 지주사(현대중공투자유한공사) 및 인도생산법인 지분인수에 2800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2700여억원의 재원을 확보해 스마트 팩토리 신설과 불가리아 해외법인 구축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불가리아에는 현대중공업의 변압기 제조판매법인이 운영되고 있다.
결국 현대오일뱅크에서 번 돈이 현대로보틱스를 거쳐 현대건설기계 및 현대일렉트릭으로, 이 돈이 다시 현대중공업의 해외계열사 매입에 사용되는 셈이다.
두 회사는 유상증자로 확보한 돈으로 폭넓은 해외기반을 갖추면 매출 1조원의 증대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주영걸 현대일렉트릭 대표는 "현대일렉트릭이 에너지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글로벌 톱5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선 신규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미래를 대비한 기술경쟁력 확보와 적극적인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이번 증자는 주주배정 뒤 실권주는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청약시기는 오는 11월로 잡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