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각자도생을 선택한 이후 첫 성적표가 신통치 않다. 모두가 흑자를 냈지만 이익이 크게 줄었다. 주력인 현대중공업은 점점 줄어드는 일감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도 핵심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 부진으로 역성장했다.
1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올 4월초 옛 현대중공업에서 분할한 4개사의 올 2분기 매출(연결기준)은 총 10조16억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0.6% 줄었다. 영업이익은 15.9% 감소한 4692억원으로 집계됐다.
우선 4개사 중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 매출 4조6929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에 비해서는 3.7%,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3.8% 줄었다. 영업이익도 각각 7.2%, 13.7% 감소한 1517억원을 버는데 그쳤다.
눈앞에 닥친 일감부족이 실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수주절벽을 겪으면서 새로운 일감을 확보해놓지 못한 까닭이다. 다만 원가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으로 영업이익률은 작년 2분기(2.89%)와 비교해 0.39%포인트 오른 3.28%를 기록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조선(이하 2017년 2분기 매출 2조7016억원)에선 전년 동기대비 18.9% 감소한 14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건조물량이 줄면서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 분야다. 다만 인력효율화와 자재비 절감 등의 노력과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선박을 재판매 하면서 쌓아둔 충당금이 환입, 감소 폭을 최소화했다.
해양(8199억원)은 79.7% 감소한 253억원, 엔진기계(2012억원)도 66.7% 줄어든 263억원에 머물렀다. 부실경영의 원흉이었던 해양은 인도 예정 공사의 성공적인 공정 마무리를 통해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다. 엔진기계는 산업용펌프와 압축기 관련 판매보증충당금을 설정하면서 이익이 줄어든 점이 아쉽다.
플랜트(3589억원)는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27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쿠웨이트 프로젝트들이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큰 힘이 됐다.
그 외 금융(1688억원)과 그린에너지(622억원) 부문에선 각각 166억원, 34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기타 부문에서도 532억원의 적자를 떠안았다.
현대중공업 울타리에서 벗어나 분할 신설된 기업들의 실적은 엇갈렸다. 지주사 현대로보틱스(4조1975억원)는 21% 감소한 25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이익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현대오일뱅크(4조576억원) 영업이익은 28.9% 감소한 2295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일렉트릭(4912억원)은 5.6% 감소한 30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중저압차단기와 저압전동기 등 표준 양산형 신제품 출시와 설계 최적화 등을 통해 감소 폭을 최소화했다.
현대건설기계(6832억원)는 규모는 작지만 유일하게 이익 성장을 거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영업이익은 10.5% 성장한 358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황 회복과 영업망 정비, 전략적 제휴 강화 등의 효과를 봤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은 자구계획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의 프리 IPO와 호텔현대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올 들어 총 1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작년 6월부터 진행해 온 3조5000억원의 경영개선계획의 약 90%를 이행했다. 현대중공업 부채비율(별도기준)도 작년 1분기 말 134%에서 올 2분기 말 기준 94%로 줄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일감부족에 따른 매출 감소가 우려되지만 작년보다 시황이 점차 나아지고 있어 강화된 수주경쟁력을 통해 적극적인 영업 전략을 펼칠 것”이라며 “지속적인 경영합리화 노력과 기술 중심의 경영혁신으로 각 분야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갖춰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