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지난해 수주 절벽으로 인한 일감부족 문제가 현실화된 가운데 일회성 방편인 순환휴직을 두고 노조와의 갈등이 지속되며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상반기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던 선박 발주시장도 하반기 급랭하기 시작해 지속 성장을 위할 일감 확보에도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 일감부족에 노조파업…내우외환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조선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의 7월 말 현재 수주 잔량은 193억달러로 전년 동기(244억달러)대비 20.1% 감소했다.
지난해 역대 최악의 수주절벽 상황을 겪으며 올 하반기부터 국내 조선사들의 일감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는 올 초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은 올 7월 군산조선소(도크1개)와 울산조선소(도크10개) 내 도크2개 등 총 3개의 토크 운영을 중단했다.
이에 더해 조선 부문 직원을 대상으로 5주씩 총 7차례에 걸쳐 순환휴직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연초 노조에 제시했던 ‘임금 20% 반납’에서 수정된 것이다. 휴직에 들어가는 직원들에게는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일감 부족으로 인한 매출 감소가 현실화됨에 따라 고정비 부담이 증가, 순환휴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이에 반대하며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와의 합의 없이 회사의 계획대로 휴직에 들어갈 수는 없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이에 지난달 30일 노조 간부들이 파업을 벌인데 이어 이달 1일에는 노조원 700여명이 부분 파업을 단행했다. 휴직 시행을 둘러싸고 노사 간 대립이 지속되고 있어 추가 파업 가능성도 큰 상태다.
◇ 수주 실적도 급브레이크
상반기 회복세를 보이던 수주시장의 분위기도 급격히 꺾였다. 상반기 상승하던 선종별 선가가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발 빠르게 선박을 발주하던 선주사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탓이다.
영국 조선·해운 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만6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선가는 7월보다 척 당 100만달러 하락한 1억42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LNG선(17만4000㎥) 선가도 100만달러 떨어진 1억82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 수주 실적도 제자리걸음이다. 올 상반기 총 41억8400만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던 현대중공업 조선3사는 하반기에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각각 1억4600만달러, 2억500만달러 수주해 총 3억5100만달러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결국 파란불이 켜졌던 올해 수주 목표 달성도 빨간불로 바뀌었다. 현대중공업 조선3사의 올해 수주 목표는 총 82억달러였지만 지금껏 45억3500만달러로 55%를 달성하는데 그쳤다.
현대미포조선만이 유일하게 목표치(16억달러)를 넘어선 17억1400만달러를 기록했을 뿐 현대중공업(43억달러)과 현대삼호중공업(23억달러)은 목표치에 크게 미달한 18억300만달러, 10억1800만달러에 머물러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발주를 주도했던 유럽 선주사들이 최근 들어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시기적으로 여름휴가(7~8월) 기간이 겹치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도 발주량이 상반기만큼 증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