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들이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경쟁사들의 저가 공세 여파로 수주시장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지만 이달 들어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모두 대규모 수주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3사 모두 연간 수주 목표치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하지만 여전히 조선업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장의 일감 부족 상황을 버텨야 하고, 선박 수주 시장에서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폴라리스쉬핑과 32만5000톤급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10척에 대한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8억달러로 지난 2012년 현대중공업이 그리스 선주사로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10척을 수주한 이후 단일 계약 기준으로는 5년 만에 최대 규모다.
특히 이번 폴라리스쉬핑의 발주는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발레(Vale)사와의 용선계약을 배경으로 한다. 발레가 선대 개편 목적과 철광석 수출 확대를 위해 우리나라와 중국 해운사들과 30척에 달하는 장기 용선계약에 대한 막바지 논의를 이어나가고 있어 향후 국내 조선사들의 컨테이너선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삼성중공업도 유럽 선주사로부터 1조1181억원(약 9억8300만달러) 규모의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대우조선해양 역시 현대상선으로부터 30만톤급 초대형유조선(VLCC) 5척을 4억2000만달러에 수주했다. 올 4월 초대형유조선 5+5척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한 이후 5개월 만에 본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향후 5척의 추가 수주 가능성도 열려있다.
올 상반기 수주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던 국내 조선사들은 하반기 들어 선주사들의 관망세와 중국 등 경쟁업체의 저가공세에 밀리며 수주 행보에 제동이 걸린 상태였다. 하지만 대규모 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하며 분위기를 되살린 것은 물론 올 초 설정했던 수주목표 달성도 눈앞에 뒀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수주를 포함해 올해 총 24척, 약 64억8000만달러 규모의 수주를 따내며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앞섰다. 올 수주 목표였던 65억달러도 사실 상 달성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조선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도 지금까지 99척, 58억달러의 수주 실적을 기록해 연간 목표치(59억달러) 달성을 눈앞에 뒀다.
대우조선해양은 18척, 17억5000만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다. 채권단 예상치였던 20억달러의 87.5%를 달성한 것이지만 자체 목표치인 45억7000만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아직 가야할 길이 먼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연간 수주 목표치를 올 3월 정성립 사장이 발표했던 55억달러에서 최근 45억7000만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조선사 빅3의 연이은 수주 낭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선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의 일감 부족으로 버티기에 주력해야 하는 까닭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달 초 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순환휴직을 실시했다. 이어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도 내달부터 순환휴직에 들어간다. 일감부족 상황을 버티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와 함께 발레사에서 출발한 수주를 제외하면 추가 수주를 낙관하기 힘들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운사 발주 문의가 재개되고 있지만 낮은 운임과 선가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선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수주절벽이던 지난해보다는 나아졌지만 예젼 수준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