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가 자동차 기술의 격전지가 된 데에는 '자율주행차' 등 다가올 미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서다. 아직 '무주공산'의 시장인 만큼 누가 먼저 차지하느냐가 중요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CES 2017에서 소개된 각 업체들의 자동차 관련 신기술들이 머지 않은 장래에 곧 현실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자동차와 IT의 컨버전스
올해 CES 2017의 첫 기조연설은 세계 최대 컴퓨터그래픽반도체(GPU) 기업인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 CEO였다. 첫 기조연설자는 행사에서 매우 중요하다. 해당 행사의 방향과 가장 걸맞는 인물이 나선다. 젠슨 황은 반도체 기업 CEO인 만큼 CES의 기조 연설자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그런데 젠슨 황은 기조 연설에서 뜻밖의 내용의 연설을 했다. 독일의 자동차 부품 업체인 ZF와 함께 개발한 '재비어'라는 제품의 소개에 연설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재비어'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사물인식과 관련된 컴퓨터다. ZF와 학습을 통해 인간과 같이 운전을 할수록 경험이 쌓이는 인공지능을 탑재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텔은 BMW와 손을 잡았다. BMW 컨퍼런스에는 인텔의 CEO와 이스라엘 센서 업체 모빌아이의 CTO가 참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BMW가 향후 선보일 자율주행차인 'i 넥스트'에 인텔의 자율주행 반도체와 모빌아이의 시각센서칩이 탑재돼서다.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CES 2017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CES 2017에 이처럼 자동차 업체와 IT 업체간의 협업 사례가 등장하는 것은 자동차 궁극의 기술로 불리는 '자율주행차' 때문이다. 자동차는 이제 인간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잡았다. 시간이 갈수록 소비자들은 조금 더 편하고 스마트한 차량을 찾기 시작했고 그래서 등장한 것이 자율주행차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업체의 기술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혼자 알아서 움직이고 운전자의 상태를 체크하고 주변 사물을 인식하고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서는 IT기술이 필수적이다. 이것이 이번 CES에 자동차 업체들이 대거 등장한 이유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시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시장조사기관 BI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시장은 오는 2020년 549만대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조사 기관인 IHS오토모티브는 오는 2035년에는 전 세계 자율주행차 판매가 21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어떤 자동차 업체가 어떤 IT업체와 손잡고 어떤 기술을 내놓을지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 자동차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
현대차는 이번 CES 2017에서 ▲Clean Mobility(친환경 이동성) ▲Freedom in Mobility(이동의 자유로움) ▲Connected Mobility(연결된 이동성) 등 미래 모빌리티 구현을 위한 3대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아이오닉 일렉트릭 자율주행차와 투싼 커넥티드카 등을 선보였다.
아울러 현대차는 CES 행사 기간 중 아이오닉 일렉트릭 자율주행차를 행사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도심에서 시연해 보여 앞선 기술력을 보여줬다. 주간은 물론 야간에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 현대차는 이번 CES 2017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 자율주행차로 라스베이거스 도심을 야간에 주행하는 시연을 통해 글로벌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
해외 업체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도요타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율주행 콘셉트카인 ‘아이(愛)’를 공개했다. 콘셉트카의 인공지능인 ‘유이’는 운전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운전자의 기분 등을 파악해 자동으로 드라이빙 모드를 조절한다.
BMW는 완전 자율주행 콘셉트카인 ‘i 인사이드 퓨쳐(Inside Future)’를 내놨다. 콘셉트 최초로 BMW 홀로액티브 터치 시스템이 적용됐다. BMW 홀로액티브 터치는 프리플로팅(free-floating) 디스플레이를 손가락 제스처를 자동으로 인식해 명령어로 전환하는 시스템이다.
포드는 업계 최초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 음성인식 서비스인 ‘알렉사(Alexa)’를 탑재한다. 운전자들은 ‘알렉사’를 포드 SYNC 앱링크와 연동해 차 안에서 오디오북을 듣고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를 변경할 수 있다. 아울러 음성명령을 통해 차량과 관련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부품 업체들, 우리도 간다
이번 CES에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대거 참여했다. 자율주행차라는 공통된 주제를 두고 자동차 부품 업체간의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보다 앞선 기술을 선보여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에게 공급,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 부품 업체들의 생각이다.
우선 현대모비스는 이번 행사에서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를 통한 안전·편의·헬스케어 등을 시연했다. 또 ▲운전자 지원시스템(DAS) ▲운전자 하차 후 스마트폰 등으로 자동주차하는 R-SPAS ▲지문 인식으로 차량 문을 열 수 있는 스마트키 시스템 등의 부품을 내놨다.
▲ 현대모비스가 CES 2017에서 선보인 자율주행 시뮬레이터. |
보쉬는 CES에서 자동차에 커넥티비티 기술을 적용해 모빌리티와 스마트 서비스를 하나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보쉬의 커넥티드카는 허브 역할을 하며 단순한 교통수단을 뛰어넘어 주변환경, 스마트홈, 서비스센터 등과 연결돼 고도화된 주행을 가능케한다.
콘티넨탈은 `고해상도 3D 플래시 라이다` 기술을 선보였다. 이는 차량 주변 환경을 안정적으로 감지하고 신속·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해준다. 고해상도 3D 플래시 라이다는 최대 200m가 넘는 거리의 차량 주변 환경을 비추는 레이저와 고집적 수신기 칩으로 구성된다. 레이저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주변 환경에 대해 매우 정확하고 왜곡이 없는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CES는 자율주행차라는 화두를 두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IT업체간의 협업이 무섭게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장이 되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2020년이면 자율주행차가 사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지금 선보인 기술들은 조만간 현실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