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연이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SUV 모델을 내놓고 있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국내 SUV 시장을 차종별 모델 다양화를 통해 공략하겠다는 계산이다.
그 동안 SUV는 디젤 엔진(경유차)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해 미세먼지 후폭풍으로 경유차에 주어졌던 혜택이 사라졌고,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화로 휘발유 가격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면서 경유차의 매력도 반감됐다. 가솔린 SUV가 탄생한 배경이다.
◇ 싼타페·쏘렌토, 가솔린 터보 엔진 달고 출격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이달 들어 ‘싼타페 가솔린 2.0터보’ 및 ‘쏘렌토 가솔린 2.0 터보’ 모델을 출시했다. 두 모델은 세타Ⅱ 2.0T-GDi 엔진을 탑재, 최고출력 240마력(ps), 최대토크 36.0kg·f의 동력성능을 구현했다.
중형 SUV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싼타페와 쏘렌토는 현대·기아차의 주력 SUV 모델이다. 지난해 싼타페는 7만6917대 판매돼 현대차 전체 RV 판매량의 절반 이상(53.6%)을 담당했다. 쏘렌토 역시 같은 기간 8만715대가 판매, 기아차 RV 모델 중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 기아차는 현대차에 비해 다양한 RV 모델을 갖추고 있다.
그 동안 싼타페와 쏘렌토는 국내 중형 SUV 시장을 양분해왔다. 경쟁 모델이 없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지난해 새로운 경쟁자인 르노삼성의 QM6가 등장, 중형 SUV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QM6는 SM6와 함께 르노삼성 주력 모델로 자리를 잡으며 빠르게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가솔린 모델 출시를 통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는 전략을 택했다. SUV 장점인 높은 공간 활용성에 가솔린 장점인 주행 정숙성과, 터보 엔진이 보유한 동력성능을 더해 늘고 있는 중형 SUV 소비자들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음과 진동이 적으면서도 강력한 SUV를 원하는 고객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SUV 모델을 출시했다”며 “싼타페와 쏘렌토 가솔린 2.0 터보를 통해 중형 SUV 시장에서 현대·기아차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디젤 엔진 매력도 감소
디젤 엔진의 매력이 이전보다 줄었다는 점도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SUV가 주목받는 이유로 꼽힌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고온·고압의 폭발력으로 돌아가 상대적으로 힘이 좋다. 이 때문에 국내 SUV 차량 대부분은 디젤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특히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연비가 높아 과거 친환경 차량으로 분류, 각종 혜택을 부여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세먼지 논란에 따른 정부의 특별대책으로 경유차에 주어진 각종 혜택이 폐지됐다. 경유차가 저공해차에서 제외됨에 따라 공영주차장 요금 및 혼잡통행료 50% 감면, 환경개선부담금 면제 등의 혜택이 사라졌다.
가솔린 모델을 통해 SUV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가솔린 엔진은 디젤 엔진보다 가격이 낮다. 이에 가솔린 모델은 일반 디젤 모델보다 저렴하다.
실제 싼타페 가솔린 모델은 3세대 최초로 2600만원 대에 가격이 책정됐다(스마트 트림 2695만원). 쏘렌토는 디젤 모델 동일 트림과 비교해 프레스티지는 160만원, 노블레스는 105만원 싸다.
이와 함께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화로 휘발유 가격에 대한 부담이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국내 주유소에서 휘발유는 경유가격보다 200원 가량 비싸다. 하지만 유가가 떨어져 휘발유 가격이 지난해 중순에는 1300원 중반까지 하락했다. 유가의 점진적 상승으로 휘발유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1500원 초반 선에 형성돼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SUV는 디젤’이란 인식이 강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SUV 모델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가솔린 차량의 장점을 보유한 SUV를 원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며 “차량 가격도 저렴하고 유가 하락으로 유지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점도 가솔린 SUV의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