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급차와 친환경차, SUV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몽구 회장은 미국 자동차 시장 현황과 판매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5일 출국했다. 정 회장은 LA에 위치한 미국 판매법인 업무보고 석상에서 현지 시장 성장률을 웃돌며 선전하고 있는 임직원들을 치하하고 격려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 자동차 시장은 2012년 이후 해마다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성장률이 5.7%에 그친데 이어 올해는 지난 8월 기준 판매대수가 1167만대로 전년 동기대비 0.5% 증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반해 현대·기아차는 같은 기간 미국에서 96만4000대를 판매, 2.5% 성장하며 전체 시장 성장률(0.5%)을 뛰어넘었고, 시장점유율 역시 작년보다 0.2%포인트 상승한 8.3%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대선 이슈와 금융 불안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전망이어서 완성차 업체 간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 시장은 현대·기아차 글로벌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로 중국에 이은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세계 자동차 산업 중심지이자 미래 자동차 산업 변화를 주도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이 지속성장하기 위해선 미국에서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정몽구 회장은 “글로벌 업체들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미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미래는 이미 시작됐고 현신과 고객, 품질로 시장을 앞서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몽구 회장은 미국 시장 성장세 확대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고급차와 친환경차, SUV 시장 역량 강화를 꼽았다.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선보이는 제네시스 G80과 G90(EQ900)의 성공적 안착과 함께 친환경차 및 SUV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우선 정 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성공을 통한 미국 고급차 시장의 적극 공략을 주문할 예정이다. 정몽구 회장은 “제네시스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해야 한다"며 "제네시스 성공은 우리가 도전할 또 하나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친환경차는 기술력을 강화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 최근 미국 시장에서 SUV 수요 확대가 뚜렷한 만큼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2010년 미국서 1만6448대가 판매된 제네시스는 당시 시장 점유율이 6.0%에 그쳤지만 작년에는 2만4917대가 판매돼 출시 후 처음으로 점유율 10%를 돌파했다. 지난 8월 제네시스 브랜드로 새로 태어난 G80과 브랜드 최상위 모델인 G90이 이달부터 판매 라인업에 가세,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선다.
현대차는 고급화 전략을 위해 G80 시작 가격을 기존 모델보다 2650달러 높은 4만1400달러로 책정했다.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제네시스 같은 중형 럭셔리 시작가 기준이 4만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G80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제네시스 전용 웹사이트 개설을 시작으로 브랜드 TV 광고를 미국 전약에서 방영하고,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시승 체험, 내년 2월 LA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PGA투어 토너먼트 대회 타이틀 스폰서로 나설 계획이다.
친환경차 시장 공략을 위해선 현대차가 하반기 중 미국시장에 친환경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모델을 출시한다. 기아차는 K5(현지명 옵티마)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다.
SUV 수요 확대 대응 전략으로는 판촉 강화와 공급물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 승용차 시장은 지난 8월까지 판매량이 463만대로 전년보다 8.5% 감소한 반면 SUV 등 다목적 차량은 705만대가 팔려 7.6% 증가했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투싼과 싼타페, 스포티지와 쏘렌토 등 SUV 차종 판매 확대에 나선다.
한편 정몽구 회장은 미국 시장 점검을 마친 후 멕시코 누에보 네온주로 이동, 7일 예정된 기아차 멕시코 공장 준공식 행사를 주관할 예정이다. 이 공장은 2014년 10월 착공, 약 1년7개월 만인 지난 5월 양산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