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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 놓은 당상인데…’ 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 ‘난기류’

  • 2017.06.30(금) 18:05

도시바 파트너社 웨스턴디지털 '끈질긴 반대'
도시바도 소송전 맞불…계약체결 계속 미뤄져

SK하이닉스가 참여하고 있는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인수가 난기류에 휩싸였다. 한·미·일 컨소시엄과 도시바는 지난 28일 도시바 주주총회 전까지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웨스턴디지털의 반대가 계속되면서 계약 자체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서다.

 


30일 NHK·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지난 28일 일본 도쿄지방법원에 웨스턴디지털이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며 1200억엔(약 1조20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의 도시바메모리 사업 관련 정보 접근 권한도 없애버렸다.

웨스턴디지털의 거듭된 매각반대 공세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메모리의 사업 파트너로서, 2015년 도시바와 협업관계에 있던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샌디스크를 인수하면서 일본 미에현(県)에 위치한 도시바 요카이치 공장을 공동 운영해왔다. 그러다 올해 초 도시바 메모리가 매물로 나오자 그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던 자신들이 독점교섭권을 가져야한다며 지난달 국제중재재판소에 이어 이달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매각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스티븐 밀리건 최고경영자는 "(도시바의 일방적인 사업 매각은) 공동 경영 계약에 있어 중대한 위반사항"이라고 말했다.

웨스턴디지털이 대립각을 세운 건 도시바메모리 매각시 자신들이 축적한 기술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웨스턴디지털은 반도체 회로 설계 기술과 양품 생산률을 높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해왔다. 도시바메모리가 다른 곳에 인수된 뒤 사업구조조정이라도 이뤄지면 핵심인력과 기술, 장비를 한꺼번에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웨스턴디지털의 주장이다.

지난 21일 한·미·일 연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도 마찬가지의 논리를 폈다. 웨스턴디지털은 "동종 업계에 있는 SK하이닉스가 참여한 곳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나루케 야스오 도시바 부회장은 도시바 주총에서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탈이 설립하는 특별목적회사(SPC)에 대출해주는 형태로 참여해 의결권과 경영권이 없고, 따라서 기술유출 위험도 없다"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웨스턴디지털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끝났음에도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공동으로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겠는 역제안을 하는 등 판을 흔드는 시도를 계속했다.

급기야 쓰나가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웨스턴디지털이) 부당하게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방해하고 있다"며 "매각교섭을 가능한한 조기에 최종합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흔들리지 않고 매각을 끌고 가겠다는 얘기다.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도 더는 집착하지 말라는 신호인 셈이다.

하지만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이 계약을 체결해도 언제든 복병이 등장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과 법정 다툼도 불사하고 메모리 사업 매각에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내달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이 웨스턴디지털의 제소를 받아들이면 반도체 메모리 사업 매각 절차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반한(反韓) 정서도 극복해야 하는 과제다. 한미일 연합에 참여한 SK하이닉스가 전환사채 형태로 SPC에 투자한 뒤 나중에 주식으로 바꿔 도시바메모리의 지분을 간접 확보하는 방식으로 언제든 도시바메모리 경영에 간섭할 수 있다며 경계하는 시각이 일본 내에서도 적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0일 사설을 통해 "도시바 쓰나가와 사장이 '기술 유출 가능성'을 우선협상자 대상 선정의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SK하이닉스가 참여하게 된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이 건 소송에서 지게 되는 경우 도시바 메모리 매각 그 자체가 공중에 붕 뜰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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