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시대에 심화하는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제품과 서비스에 사회적 가치를 더하지 않고는 더이상 생존이 어려운 시대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화두로 꺼냈다. 지난 6월 그룹 핵심임원 40여명이 참석한 확대경영회의에서 "SK의 유무형의 자산은 공유인프라에 해당한다"며 적극적인 오픈 마인드를 강조한 그는 21일에도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소개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1일 개막한 '제1회 이천포럼'에서 사회혁신과 기업의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토론자로 나섰다. 그는 "지금 이 순간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을 고민하는 변화의 선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이날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에 참석한 최 회장은 기업이 사회와 공생하며 혁신을 이끌어 내는 방안을 두고 석학들과 2시간여 동안 토론했다.
이천포럼은 SK 임원들이 최신 과학기술과 기업에 대한 사회의 요구, 지정학적 국제 관계 등을 이해하고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에서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행사다. 최 회장 자신이 "큰 변화의 시기에 SK를 지속 성장시키고 한국 사회 발전에 기여하려면 경영진이 비즈니스에 대한 관점을 크게 넓혀야 한다"며 이번 행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 회장은 '사회혁신과 기업의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에 토론자로 나섰다. 그는 "좀 더 변화에 민감하고,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앞서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금 이 순간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을 고민하는 변화의 선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SK의 경우 통신·정유에서 반도체로의 사업진출을 확신하지 못한 구성원도 있었으나, 누군가의 확신과 앞선 준비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고 있다"며 "미래에는 사회적 가치 창출이 존경받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원천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무게감도 달랐다. 최 회장을 비롯해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계열사 최고경영자 등 그룹 최고위 경영진과 임원 200여명이 개막식에 참석했다.
내로라하는 학자들도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아시아계 최초의 예일대 학장인 천명우 교수(신경과학)와 한국인 최초의 블룸버그 석좌교수인 하택집 존스홉킨스대 교수(물리학), 한국인 최초의 하버드대 종신교수인 박홍근 교수(화학) 등 해외 대학에 재직 중인 유명 석학들이 강연자로 나서 최신 과학기술의 흐름을 소개했다.
이밖에 '신경경제학의 개척자'로 불리는 이대열 예일대 교수(신경과학), 뇌과학 분야의 스타 학자인 이진형 스탠포드대 교수(생명공학), 미국 백악관이 '촉망받는 젊은 과학자'로 선정한 박지웅 시카고대 교수(화학)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SK 관계자는 "천명우 학장 등은 노벨상에 근접한 석학들로 평가받는 인재들로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 자체가 '빅 뉴스'"라고 말했다.
이천포럼은 이틀째인 22일부터 24일까지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인공지능, 생명과학, 사회적 가치 창출과 기업의 생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와 기업의 과제 등을 주제로 강연과 토론을 이어간다. SK는 이천포럼 모든 강연을 온라인 교육 콘텐츠로 만들어 그룹 구성원 모두에게 공유할 계획이다.
SK그룹 이항수 PR팀장(전무)은 "당초 임원 육성을 위해 기획한 이번 포럼은 행사 규모나 주제의 스펙트럼 측면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 기업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혁신적 시도"라며 "SK 구성원 모두가 '딥 체인지(Deep Change)'와 '사회와 함께 하는 성장'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