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으로 역대 최대의 실적을 거두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우리 사회에 기여한 가치는 얼마나 될까? 돈만 벌고 정작 중요한 환경문제나 고용, 지역사회와 협력 같은 공공의 관심은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SK하이닉스가 이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려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전담하는 임원급 조직을 신설했다고 3일 밝혔다.
박현 SK하이닉스 상무가 지휘하는 전담조직은 반도체 사업을 기반으로 새롭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 추진한다. 예를 들어 수질이나 대기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제조 공정을 도입하고 저전력 신제품 개발·생산을 주도해 에너지 절감에 앞장선다. 협력사의 환경, 안전, 건강 수준 개선을 지원하는 등 동반성장 활동도 강화한다.
사회적 가치란 인권, 환경, 약자 배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같은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를 의미한다. 이윤추구나 재무적 성과를 우선하는 경제적 가치의 상대적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령 제품을 만들면서 비용을 아끼려고 공해물질을 무단 배출했다면, 기업의 이익(경제적 가치)은 늘더라도 사회적 가치는 마이너스가 된다. 인건비를 쥐어짜는 식으로 이익을 늘리는 것도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다. 주주나 경영진 입장에선 성과를 낸 것이지만 다수 근로자들의 생활수준은 나빠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오염, 실업, 부의 양극화 등이 심각해지면서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고용문제 등에 대한 해법으로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대기업 중에선 SK그룹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각별한 관심을 쏟는 곳으로 유명하다. SK는 사회적 기업이 생산한 사회적 가치를 평가해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사회성과인센티브' 제도를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스스로 "기업이 돈만 벌어서는 생존할 수 없다"며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에 SK하이닉스가 전담 조직을 신설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해 경영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SK하이닉스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이 회사가 지난해 10월부터 약 석달간에 걸쳐 그룹 사회공헌위원회, 외부 전문가 및 교수 등과 함께 논의해 측정한 결과, 지난해 1~3분기 동안 SK하이닉스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5조152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거둔 재무성과(당기순이익)인 7조4220억원의 약 69% 수준이다. 여기에는 임금과 법인세를 비롯해 협력사 지원금액, 생산공정 혁신으로 절감한 환경비용 등이 포함돼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말 그룹 관계사 최고경영자들이 모이는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이 같은 측정 결과를 공유하고, 사회적 가치 측정 지표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모두를 확대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 시민의 역할"이라며 "SK하이닉스가 속한 반도체 산업 생태계는 물론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