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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재현된 화웨이 장비 논란 '약일까 독일까'

  • 2018.09.17(월) 15:48

SK텔레콤, 우선협상대상자 화웨이 제외…KT·LGU+는?
4G 연동성·5G 단말공급 고려…보안이슈도 무시못해

요즘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자주 회자되는 기업이 중국 화웨이입니다. 화웨이는 올 2분기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2위 제조사로 부상(이하 시장조사업체 IHS Markit 집계)했는데요. 사실 화웨이의 주력은 통신 장비입니다. 지난해에는 스웨덴의 에릭손을 뛰어 넘어 글로벌 장비 시장 1위로 오르기도 했습니다. 
 
화웨이는 통신용 반도체 칩셋에서부터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 달아놓는 기지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제조사로 꼽히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동통신 서비스에 관여하는 제조 분야에서 화웨이의 기술력이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화웨이는 일반 이용자 대상, 즉 B2C 영역의 단말기 뿐만 아니라 B2B인 장비 시장까지를 싹쓸이 하면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년 3월에 5세대(5G) 통신 상용화를 앞둔 국내 이동통신 업계 안팎에서도 화웨이가 뜨거운 이슈인데요. 무엇보다 이통사들이 화웨이를 5G용 장비 공급 업체로 선정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SK텔레콤이 이통사 가운데 처음으로 5G 장비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면서 화웨이를 배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 14일 5G 장비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전자, 에릭손, 노키아 등 3개사를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란 여러 응찰업체 가운데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곳 가운데 1차로 추려진 업체를 말하는데요. SK텔레콤은 이들 3개사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공급 가격과 납품 일정 등을 조율해 내달 중으로 최종 계약을 할 계획입니다.
 
관련 업계에선 이변이 없는 한 우선협상대상자가 최종 계약까지 맺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SK텔레콤이 화웨이를 공급업체로 선정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입니다. SK텔레콤 측도 향후 5G의 통신 규격이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화웨이 장비를 가져다 쓸 여지는 없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사실 SK텔레콤이 5G 장비 업체 선정에서 화웨이를 제외한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입니다. 화웨이를 둘러싼 보안 이슈가 워낙 컸기 때문인데요. 앞서 미국 정부는 모든 정부 기관에 화웨이와 ZTE의 제품 사용을 금지했으며 호주와 일본 정부도 이들 제품의 참가를 막기로 결정했습니다.

 

자국 정부의 기밀이나 통신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즉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제조사의 통신 장비에는 도청·정보 유출이 가능한 '백도어(뒷문)'가 심어져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무단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의혹은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의심일 뿐 화웨이 장비에서 백도어가 실제로 발견되거나 도감청이 된 사례는 아직 없으니까요.

 

세계최대 통신 장비 업체로 부상한 화웨이는 어쩌다 이런 누명(?)을 쓰고 있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급격하게 성장했기 때문에 정부와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 출발한 것 같습니다. 중국 제조사의 위협적인 성장을 견제하고 자국 제조사를 보호하려는 미국 정부의 입김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화웨이가 SK텔레콤의 장비 공급에서 배제된 것이 보안 우려 탓만은 아닙니다. 또 다른 요소로 기존 4G 장비와의 연동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화웨이는 5G 핵심 주파수인 3.5기가헤르츠(GHz) 대역에서 다른 제조사에 비해 기술력이 앞서고 가격도 30% 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5G 상용화 초기에는 4G와 혼용모드(None Stand-Alone, NSA)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해당 이통사 입장에서는 기존 LTE 장비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더 안정적입니다.

 

SK텔레콤은 4G LTE의 핵심인 기지국 장비를 지역별로 배분해 사용하고 있는데요. 수도권과 충청권은 삼성전자, 강원 지역은 노키아, 전라권은 에릭손의 장비를 각각 사용하고 있습니다. 5G 장비도 이들 제조사를 채택하면 해당 지역별로 추가 업그레이드를 하면 되기 때문에 안정된 품질 유지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이통사 입장에선 5G 첫 단말기를 공급하게 될 삼성전자와의 관계도 무시못할 배경으로 관측됩니다.

 

SK텔레콤이 화웨이를 배제한 우선협상대상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이목은 KT와 LG유플러스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을 비롯한 이통3사는 지난 6월 5G 주파수 할당 경매가 종료된 이후부터 석 달간 벤치마크테스트(BMT)를 통해 장비 성능을 시험했는데요.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종합적인 검토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 같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4G LTE 장비 도입시절 LG유플러스가 처음으로 화웨이 장비를 선정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후발주자 LG유플러스는 LTE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손익경쟁력을 안따질수 없었고, 수많은 논란에도 화웨이 장비도입을 결정했죠.

 

실제로 LG유플러스 연결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는 LTE 장비를 공급하면서 무려 1601억원이나 깎아 준 것으로 니타납니다. 대략 원가의 50% 정도 할인해 준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를 위해 당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까지 나서서 국내 중소 장비사와의 협력성 및 화웨이 장비의 보안안전 문제를 설명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자가 신뢰하지 못한다면 영국 전문기관에 의뢰해 보안성을 담보하겠다고까지 나섰습니다.

 

현재 SK텔레콤과 KT는 4G 서비스에서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손 등 3개사 장비를 이용하고 있고 LG유플러스는 화웨이까지 더해 4개사 장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KT와 LG유플러스는 5G 장비사 선정에 막판까지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관련 업계에선 화웨이 보안 이슈와 4G 장비와의 연동성 등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LG유플러스만 유일하게 화웨이를 선정하지 않겠느냐 관측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LG유플러스가 이번에도 명분보다 실리를 찾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10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오는 통신 네트워크 장비 교체 사이클이 도래하면서 이통사들이 어떤 전략을 취할지 관심이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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