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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 20·1Q]'예상보다 더 나빴다' SK이노베이션, 1.7조 적자

  • 2020.05.06(수) 13:40

유가 하락·수급 악화에 사업 전방위 '부진'
"석유제품 수요 2분기까지 약세" 자체 전망

SK이노베이션이 전신 대한석유공사로 출발한 1962년 창사 이래 가장 좋지 못한 실적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급변한 대외 환경에 직격탄을 맞았다.

SK이노베이션은 6일 올해 1분기 매출(연결기준) 11조1630억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전기보다 5.3%, 전년동기보다 12.6% 각각 줄었다. 작년 2분기 13조1036억원을 찍은 이래 3분기 연속 감소세다.

영업손실은 1조7752억원으로 분기, 연간 기준 모두 가장 저조하다. 2014년 연간 기록한 -2313억원의 7.7배 많은 적자를 한 분기 만에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5.9%로 다섯 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외형이나 수익성 모두 예상을 밑도는 실적이다. 

석유사업 부진이 절대적이었다. 영업손실액이 1조6360억원으로 창사 이래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유가 하락이 치명적이었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배럴당 33.7달러로 고점이었던 지난해 4월 70.9달러보다 반토막 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자동차, 항공 등 이동 수요 감소가 유가를 끌어 내렸다.

유가는 정유사 실적에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 경유 등 제품을 정제하기까지 한달여의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 유가가 급격히 하락하면 비싸게 원유를 샀지만 제품을 밑지고 팔아야 하는 '재고 관련 손실'을 본다. SK이노베이션은 재고 관련 손실로 9418억원을 인식했다.  

화학 사업은 898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1분기 기록한 3203억원의 영업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화학 사업이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5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원유에서 정제한 뒤 화학 제품에 쓰이는 나프타 가격이 떨어졌지만, 경기 부진에 제품 마진이 예년만 못했다. 배터리 사업 영업손실은 104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0.7% 늘었다

국내 정유4사가 최악의 1분기를 경험할 것이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GS칼텍스를 제외하고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 S-OIL, 현대오일뱅크가 기록한 총 영업손실액은 3조3475억원이다. 5월 중순 실적을 발표할 GS칼텍스도 5000억원를 넘어서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다.

시장은 SK이노베이션의 다가올 2분기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영업이익 전망치를 3개월전 3332억원에서 5일 기준 -299억원으로 점차 낮추고 있다. 북미, 유럽 등 주요국이 3월부터 코로나19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날 실적 발표회에서 "가솔린과 항공유 등 수송용 석유제품 수요가 2분기까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 봤다. 또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인 배터리 사업 연간 매출 목표치도 연초 2조원에서 10%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상 최악의 경영환경에 놓여 있지만, 사업 체질을 개선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기회로 삼아 위기를 극복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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