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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vs 현대차]①꿈의 크기만큼 달린다

  • 2020.06.17(수) 12:29

스페이스X와 완전자율주행차 준비하는 테슬라
완전자율주행 시스템 생태계 구축…"21세기 GE"
현대차 '모빌리티' 비전 제시…"IT회사로 변해라"

지난달 30일 미국의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비행사 2명을 태운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쏘았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18년 만에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자 "괴짜 천재가 우주정복 꿈을 이뤘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크루 드래건'이 19시간 만에 우주정거장에 도킹한 직후 열린 미국 증시에선 테슬라 주가가 7.56% 치솟았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CEO를 겸임하고 있다는 점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지만 막연한 기대감만은 아니다.

◇ "테슬라 비전의 핵심 스타링크"

지난달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우주비행사 더글러스 헐리와 로버트 벤켄이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X를 타고 우주선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전 세계로 중계됐다. 단순한 마케팅 효과뿐만 아니라 두 회사는 많은 사업을 교류하고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알루미늄 주조 방식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해 테슬라가 공개한 전기 픽업트럽엔 스페이스X가 만든 스테인리스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 출시되는 스포츠카 로드스터2에 스페이스X의 로켓 추진기가 달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스페이스X의 로켓이 착륙하는 영상. 마치 영상을 거꾸로 돌린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스페이스X는 로켓을 착륙시켜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발사 비용을 10분의 1가량으로 줄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영상=스페이스X 유튜브]

무엇보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사업에 주목해야 한다.

스타링크는 우주에 저궤도 소형 인공위성을 발사해 전세계에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한다는 프로젝트다. 작년 기준 전세계 인터넷 보급률은 58%대에 머물고 있는데 스페이스X는 우주에 위성을 띄워 전세계에 초고속인터넷망을 깔겠다는 계획이다.

스페이스X는 이미 수백개의 위성을 발사했고 올해까지 1만대 이상의 위성을 더 쏠 계획이다. 전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리면 그 위를 테슬라 자율주행차가 달리게 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자율주행차→구독경제를 통한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 중인 테슬라 비전의 핵심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라고 설명했다.

[테슬라가 유튜브를 통해 1년전 공개한 오토파일럿 영상]

구독경제를 꿈꾸는 테슬라는 단순히 전기차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FSD가 명칭대로 자율 주행이 가능한 '레벨3~4' 수준으로 성능이 향상되면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자동차 회사에 이 프로그램을 팔아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7월부터 FSD 가격이 최대 1000달러까지 인상될 것"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혁신을 일굴 애플이 '앱스토어' 생태계를 구축해 수익을 올리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지난달 미국의 경제지 비즈니스인사이드는 "테슬라는 기술 회사와 자동차 회사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둘 다 아니다"며 "테슬라는 21세기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이라고 분석했다. 테슬라가 현재 추진중인 전기차, 에너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태양열 등 사업과 함께 앞으로 헬스케어나 로보틱스(로봇공학)까지 사업이 확장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 현대차, 모빌리티 기업 선언…"IT회사로 변해야" 

테슬라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으로 혁신을 주도하는 가운데 현대차도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18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Smart Mobility Solution Provider)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이후부터 구체화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초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20'에서 비전을 현실화한 '초안'을 공개했다.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 등이다.

우버와 현대차가 공동 개발하는 개인용 비행체(PAV)가 도심을 비행하고 도로엔 카페나 병원 등으로 설계가능한 PBV가 달리게 되는 '그림'이다. PAV와 PBV가 모이는 터미널격인 UAM은 새로운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올초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028년이면 UAM이 상용화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스마트 모빌리티 동영상]

현대차가 지난해 20억달러를 투자해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앱티브(APTIV)와 합작회사를 설립한 것도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투자다. 이 밖에 현대차는 그랩(Grab), 올라(Ola) 등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에 투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내놓은 PAV가 "너무 앞서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이번 CES에서 공개한 PAV는 현실성이 높아 보이지 않다"며 "드론을 연구해 보면 베터리 문제로 비행 시간이 제한돼 있다. 바람 불고 비오는 날은 날지 못하는데 이런 날 비행하려면 헬리콥터처럼 무거워야된다. 그런데 무거워지면 베터리가 아닌 엔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율주행차는 그 차의 기능보다도 센서 등이 중요하다. 빅데이터가 모이는 자율주행차는 스마트폰을 잇는 빅데이터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구글, 테슬라 등과 마찬가지로 현대차도 IT 회사로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02년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설립할 때 "무모한 짓"이라는 비웃음을 샀던 것과 같은 비슷한 상황에 현대차가 놓이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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