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차세대 전기차의 '뼈대'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2일 공개했다. E-GMP의 가장 큰 장점은 확장성이다. 모듈 방식의 플랫폼은 다양한 차종과 차급에 적용될 수 있다. 주행성능과 안전성은 내연기관차는 물론 전기차 선두업체 테슬라에도 밀리지 않는다고 자평하고 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새로운 전기차 시대로 진입하는 첫 번째 기술적 이정표"라고 표현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전환되는 급변기에 현대차가 꽂은 '이정표'에 대해 궁금한 3가지를 정리해봤다.
E-GMP는 내연기관차 중심의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다. 내연기관차의 플랫폼에 배터리를 얹은 '반쪽짜리 전기차'에서 벗어나기 위해 순수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한 것이다.
E-GMP 뼈대가 적용되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엔진과 변속기, 연료탱크 등이 없어지고 그만큼 실내공간이 넓어진다.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배치한 저중심 설계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차체 바닥도 편평하게 만들 수 있다.
E-GMP에 탑재되는 구동 모터는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비교해도 성능이 달리지 않는다. E-GMP 최고 속도는 260km/h.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인 제로백은 3.5초에 불과하다. 후륜 구동이 기본이고, 사륜 구동도 선택할 수 있다. 1회 충전으로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어 장거리 운전에도 부담이 없다. 초고속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80%를 충전하는데 18분이면 가능하다.
이 같은 성능은 테슬라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테슬라의 모델3 사륜 구동 모델의 최고 속도는 261km/h, 제로백은 3.4~4.6초다. 완충 후 주행가능거리는 테슬라(415~446km)보다 E-GMP(500km)가 앞선다. 특히 충전속도에선 현대차가 한 수 위다. E-GMP가 급속충전기로 80% 충전할 때 걸리는 시간은 18분으로, 테슬라(30분)보다 빠르다는 게 현대차그룹 설명이다.
하지만 자동차 OS(Operating System·운영체제)에선 테슬라가 앞서고 있다. 이게 현대차그룹의 다음 숙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테슬라는 '바퀴가 달린 스마트폰'으로 불릴 정도로 중앙집중형 OS가 뛰어나다. 무선으로 운영체제가 업데이트되고 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보조 기능인 '오토 파일럿'이 작동된다. 현대차가 전기차의 하드웨어는 따라잡았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선 아직 부족하단 얘기다.
배터리 충전 속도는 전기차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보통 전기차의 충전 속도는 4~5시간씩 걸리는 단점이 있다. 1~2분 이내에 기름을 넣는 내연 기관차에 비교하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고속 충전기가 보급되고 있다. 테슬라가 전세계적으로 급속충전기 '슈퍼차저' 설치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는 독자적 기술로 충전속도 고민을 해결했다. E-GMP에 800V 충전시스템을 기본으로 장착한 것이다. 기술 없이는 전압만 올려 충전시간을 줄일 수 없다. 현재 국내외 대다수 급속 충전소엔 400V 충전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를 위한 50~150kW급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어서다. 현대차는 400V 전압을 800V로 승압하는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을 개발, 충전속도를 단축시켰다.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은 E-GMP에만 적용된 특허 기술이다.
또 다른 독자 배터리 기술도 있다. 커다란 보조 배터리와 같이 차량 외부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술이다.
지금까지 전기차는 외부에서 차량 내부로의 단방향 전기 충전만 가능한 OBC(On Board Charger)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E-GMP는 일반 전원(110V/220V)을 차량 외부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장착됐다. 캠핑장에서 'E-GMP 전기차'에 전자제품을 연결해 사용하거나 다른 전기차와 연결해 충전해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무선충전도 가능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충전소 바닥면에 전기를 만들어 전달하는 송신부와 차량 무선충전기가 같이 개발돼야 한다"며 "기술개발은 준비돼 있고, E-GMP에 장착될 것"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가장 궁금한 점은 안전성이다. 100년 넘게 기술이 축적되고 안전성이 보강된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전기차는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E-GMP에 다양한 안전장치가 적용했다고 설명한다. 차량 전방의 '충돌 에너지 흡수구간'은 섀시 등 구조물의 효과적인 변형을 유도해 충격을 완화한다. 대시보드 앞부분인 하중 지지구간은 PE(Power Electric System, 구동 시스템)와 배터리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한다. 탑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A필러'에 하중 분산구조를 적용했다. 배터리 전방과 주변부에는 핫스탬핑(가볍고 단단한 강판)을 보강했다.
세계적으로 화재사건이 이어지고 있는 배터리의 안전도 강화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배터리 셀과 냉각수가 결합되면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배터리 본체와 별개로 냉각수가 흐르는 방식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차량은 성능 실험을 거쳤고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했다"며 "이중삼중으로 안전장치를 적용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