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현대차는 공격적인 투자와 수익성 회복 중 어느 '토끼'를 먼저 좇을까. 지난 26일 열린 현대차 기업설명회(IR)에서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올해까진 적극적인 투자가 수익성 회복 속도를 소폭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성 회복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집토끼'를 지키는 것보다 '산토끼'를 잡기 위한 준비를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 "올해 전기차 작년보다 60% 더 팔겠다"
이날 서강현 부사장은 2021년에 대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에서 벗어나 기존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한해"라고 정의했다. 수익성은 지키되 투자도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다.
우선순위는 투자가 수익보다 앞선다. 서 부사장은 "중장기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한 선도적 기술 리더십 확보와 미래사업육성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올해 투자 규모를 작년보다 10% 이상 늘린 8조9000억원으로 잡았다. 연구개발(R&D) 3조5000억원, 설비투자(CAPEX) 4조5000억원, 전략투자 9000억원 등이다.
투자 목록 중 맨 윗자리는 작년 10월 정의선 회장이 회장 취임사를 통해 첫 번째 과제로 제시한 "성능과 가치를 모두 갖춘 전기차(EV)"다. 올해 중국전략차종인 '미스트라'의 EV모델,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기반의 '아이오닉5', 제네시스 'G80' EV, E-GMP 기반의 제네시스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총 4가지 전기차 라인업이 보강된다. 이중 시장의 관심이 쏠린 아이오닉5는 오는 3월 유럽을 시작으로 한국과 미국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구자용 전무는 "올해 전기차 판매목표는 작년보다 60% 증가한 총 16만대"라고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가 2016년 첫 전기차인 '아이오닉'을 출시한 이후 지난해 전세계 시장점유율을 5%까지 늘리며 기반을 다진 데 이어 올해는 시장 선두로 치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구 전무는 "라인업 확대와 상품성 개선으로 확고하게 전기차 시장을 리드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전기차에서 당장 이익을 내긴 어렵다. 작년 말 열린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차는 전기차의 손익분기점은 2023년에 도달하고 2025년부터 내연기관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까진 전기차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진다는 의미다. 관련기사☞ '2025전략' 손본 현대차, 투자 줄어도 수익 지킨다
◇ 제네시스·SUV가 수익성 효자…중국은 고민
그렇다고 수익성 회복 속도를 늦출 수도 없다. 현대차는 올해 자동차 부분 영업이익률을 4~5%대로 제시하며 수익성 회복 의지를 다졌다.
영업이익률 5%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중단기 목표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8년 2.5%, 2019년 3.5%, 2020년 2.7% 등으로 매년 제시한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률이 5.6%를 넘겼다. 현대차의 분기 영업이익률이 5%를 넘긴 것은 2017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작년 4분기 현대차의 전세계 판매량(114만대)이 전년동기대비 4.7% 감소한 가운데 영업이익(1조6410억원)은 40.9% 증가한 것은 이윤이 많이 남는 차가 많이 팔려서다. 이른바 '믹스 개선' 효과다.
세단보다 수익성이 높은 효자 차종인 SUV가 현대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4분기 43%로 전년동기 대비 1.1%포인트 상승했다. 아울러 고급브랜드 제네시스 판매비중은 3.7%로 1년 전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 고부가 모델인 두 차종의 점유율이 46.7%에 이르는 것이다. 올해도 '믹스 개선'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구 전무는 "올해 제네시스 판매목표는 20만대로, 작년보다 55% 늘렸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르노삼성보다 많이 팔린 제네시스, 홀로섰다
연간 기준으로 봐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선방했다. 지난해 매출은 103조997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 줄었지만 2년 연속 '100조원' 선은 지켜냈다. 작년 영업이익은 2조7813억원으로 22.9% 감소했지만 작년 3분기 2조1300억원의 품질비용을 반영한 것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실적이다.
올해 영업이익률 4~5%대를 달성하기 위해선 중국 시장에서 바닥을 치고 올라서야 한다. 지난해 중국 도매판매는 44만대로 2019년보다 32.2% 줄었다. 지난해 중국 전체 자동차 시장 규모가 코로나19 속에서도 6.6% 주는 데 그쳤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 뼈아픈 실적이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 판매 목표를 작년보다 27.6% 늘린 56만2000대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