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가 하이브리드카(HEV) 배터리를 직접 설계한다. 테슬라, 폭스바겐 등이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현대차도 하이브리드카용 배터리부터 개발에 나선 것이다. 다만 배터리 생산까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은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기아는 SK이노베이션과 공동으로 하이브리드카 배터리를 개발한다고 16일 밝혔다. 개발 대상은 전동화 차량에 최적화한 파우치형 배터리다. 현대차는 2024년 선보이는 하이브리드카부터 공동 개발한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이다.
양측은 성능과 경제성을 모두 확보하는 배터리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설계 단계부터 제품 평가, 성능 개선까지 협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과 SK이노베이션은 10년 이상 친환경차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2010년 국내 최초 고속전기차 블루온의 배터리를 시작으로 국내 첫 양산형 전기차 레이 EV, 해외 첫 수출 전기차인 쏘울 EV, 최근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에 둔 아이오닉5과 EV6 등이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썼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공동 개발에서 하이브리드카 배터리를 직접 설계한다.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을 결정짓는 소재를 검증하고 적용 비율을 포함한 배터리 사양도 직접 선택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설계는 현대차·기아가, 이에 맞춘 배터리 생산은 SK이노베이션이 맡는다는 얘기다.
박찬영 현대차·기아 파워트레인부품구매사업부 상무는 "SK이노베이션과의 협력 모델을 통해 친환경차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배터리 개발, 양산, 품질 검증 등 전 분야에서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장원 SK이노베이션 배터리연구원장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기술력과 제조 안정성으로 시너지를 일으켜 양사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나아가 배터리 자체 생산에까지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내연기관차를 개발할때도 차 부품을 동시에 개발한다"며 이번 공동 개발에 대해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최근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사장도 "독자적인 배터리 생산의 필요성은 못 느끼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선 연구를 지속 중이라는 여지를 남겼다.
증권업계에선 현대차가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팀장은 "배터리 직접 제조를 통해 5% 금액을 절감한다고 가정하면,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2025년 연간 3000억원, 2023년~2025년 7000억원일 것"이라며 "5조9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연간 투하자본수익률(ROIC) 5%는 만족스러운 투자라 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