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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술과 현대차의 공통점은

  • 2021.05.13(목) 09:40

노조 반대에 국내 온라인 판매 막힌 현대차
기아 EV6 사전예약한 개인 절반 온라인 선택
테슬라, 온라인 판매로 찻값 20% 인하 '혁신'

누군가 온라인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냐고 묻는다면, 간신히 2가지 정도 떠오른다. 술과 현대차다. 이유는 다르다. 주류는 전통주 등 일부를 제외하곤 온라인 판매가 법적으로 금지된다. 청소년 등이 주류에 노출될 위험이 커서다. 반면 현대차는 노동조합의 반대에 온라인 판매가 막혔다. 판매직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재밌는 점은 해외에선 둘 다 온라인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온라인몰에선 다양한 주류가 판매된다. 심지어 국내에서 해외직구를 통해 술을 살 수도 있다. 현대차도 2017년 영국을 시작으로 온라인 판매 플랫폼 '클릭 투 바이'를 전 세계로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클릭'이 안되는 셈이다.

현대차 온라인 판매 플랫폼 클릭투바이 / 사진 = 회사 홈페이지

수천만원대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사려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의문도 든다. 하지만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매망은 서서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다. 비싼 가격이 난관은 아니다. 영국의 럭셔리 온라인 플랫폼 '파페치'는 누가 온라인에서 명품을 사겠느냐는 고정관념을 깨고, 시가총액 16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자동차 온라인 구매에 대한 수요가 얼마 전 증명됐다. 최근 기아의 전기차 EV6를 사전예약한 개인 고객 중 54%가 온라인으로 예약했다. 기아 영업점보다 웹사이트를 더 찾았단 얘기다.

예약이라는 방식도 사실 기형적이다. 기아의 EV6는 '사전계약'이 아닌 '사전예약'을 받는 것이다. 사전예약은 추후 사전계약을 할 수 있는 우선권일 뿐이어서다. 온라인 판매에 반대하는 노조를 의식해 만들어낸 궁여지책이었다. 온라인 사전예약을 하더라도 계약을 하려면 반드시 영업소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은 난처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판매를 하자니 노조 눈치가 보이고, 오프라인에서만 팔자니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우리나라에서 온라인으로만 주문을 받는 테슬라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1만1829대를 팔았다. 수입차뿐만 아니라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도 진작에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 

2019년 '오프라인 아웃'을 선언한 테슬라는 딜러나 영업점 등의 중간 유통과정 없이 온라인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차를 팔겠다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 온라인 판매가 막힌 현대차그룹은 판매방식이 더 복잡하게 꼬이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온라인 판매에 대해 "영업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해치게 된다"고 반대하지만 사실 판매방식 변화는 기업에도 위험한 시도이다.

2019년 테슬라가 테슬라 스토어 대부분을 폐쇄하고 인터넷에서 차를 판다고 했을 때, '너무 급진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100년 가까이 굳어진 자동차 구매 방식이 쉽게 바뀌겠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테슬라는 전세계에서 44만대 이상 팔았다. 이 중 대부분은 수천만원짜리 차를 매장에서 보지도 않고 샀다는 얘기다.

당시 테슬라는 모델3 가격을 20%가량 내렸다. 매장운영비용 등을 아껴 찻값을 내린 것이다. 테슬라는 자동차 판매방식을 혁신했고 그 혁신의 열매를 소비자와 함께 나눠 가진 셈이다. 그리고 판매 확대라는 성과 역시 거뒀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은 지겹도록 듣는 상투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이 말처럼 경제의 기복을 정확하게 읽어낸 표현도 없다.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시장은 위기에 처했다. 동시에 전기차, 자율주행 등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판매방식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시장이 바뀌고 소비자도 변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 노조는 귀를 막고 있다. 기회를 놓치면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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