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는 현대자동차가 광주글로벌모터스에 위탁 생산을 맡긴 차다. 현대차가 개발과 판매를,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생산을 분담하는 구조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19년 출범했다. 일명 '광주형 일자리'다. 광주 빛그린 산업단지에 5754억원을 투자해 연 7만대의 경형 SUV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지난 4월 완공됐는데, 1998년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이후 23년 만에 국내에 들어선 완성차 공장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작년 말 기준 2300억원의 자본금을 투자받았다. 주요 주주의 보유 지분은 광주그린카진흥원 21%(이하 투자금 483억원), 현대차 19%(437억원), 광주은행 11.3%(52억원), 산업은행 10.87%(50억원) 등이다.
이밖에 △부영(105억원) △호반건설(50억원) △중흥건설(50억원) △피에치에이(30억원) △호원(30억원) △일진(30억원) △에스엘(20억원) △대원강업(20억원) △대창운수(10억원) △케이엔피이노텍(10억원) △일정(10억원) △코비코(2억원) 등이 기타주주로 참여했다. 호남 기반 금융사와 건설사 등이 대거 투자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는 광주글로벌모터스를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보유지분은 20%가 되지 않지만 이사회 참여 등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2019년 34억원, 2020년 41억원 등을 현대차에 비용으로 지급했다. 산은은 지분 투자와 함께 1120억원의 장기차입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자는 기준금리에 2.8~4.35%를 가산한 수준이다.
지난 9월 기준 광주글로벌모터스의 고용 인원은 505명이다. 당초 채용 계획(908명)의 56% 가량을 채운 셈이다. 직원의 평균 초임은 3500만원(주 44시간 기준)이다. 작년 현대차의 평균 연봉 8800만원과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셈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상생노사발전협의회는 누적생산 35만대 달성까지는 현재 협의 사항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 탓에 현대차 노조는 회사가 광주글로벌모터스 투자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했다. 당시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를 두고 '반값 임금'이라며 "저임금 하향평균화 정책"이라고 크게 반발했다.
특히 사업계획과 관련해 "자동차 업계에서 소형차의 손익분기점은 15만대로 보는 것이 정설"이라며 "초기 몇 해는 적자로 광주시민의 혈세로 임금을 주는 상황이 예상된다. '경차급 10만대'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초기 시장 반응은 현대차 노조의 걱정과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진행된 캐스퍼 사전계약엔 하루 만에 1만8940대가 예약했다. 이는 역대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사전계약 최다 기록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캐스퍼를 사전예약했다.
특히 온라인으로만 진행된 사전예약이라는 점도 의미가 작지 않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판매직 직원의 고용 보장을 위해 자동차의 온라인 판매를 막고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출범 첫해인 2019년 28억원, 지난해 5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공장을 건설하는 초기 투자단계에서 피할 수 없는 적자다. 올해 판매가 본격화되는 만큼 앞으로 손실 규모를 얼마나 빨리 줄일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경차 캐스퍼지만 사양을 높이면 가격이 2000만원을 넘기는 배경이기도 하다. 여기에 캐스퍼 이후 신차종에 대한 고민도 풀어야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