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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앞지른 레이…경차도 커야 살아남는다

  • 2021.10.06(수) 09:24

1~9월 국내 완성차 경차 판매량 7.5%↓
크고 비싼 차 인기에 경차 시장 붕괴
전고 높은 레이·캐스퍼, 실용성에 인기

국내 경차 시장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내수 시장 판매량이 10만대가 무너진 데 이어 올해도 바닥이 더 깊어지고 있다. 크고 비싼 차를 선호하는 성향이 뚜렷해지면서다. 하지만 모든 경차가 위기는 아니다. '박스카'로 불리는 기아의 레이,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을 연 현대차의 캐스퍼 등 키 큰 경차가 틈새시장을 새로 뚫고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10년전 국내 판매 2위의 추락

올해 1~9월 국내 완성차 업체의 경승용차 판매량은 6만7108대로 전년동기대비 7.5% 감소했다. 이 기간 판매량은 기아 레이 2만6687대, 기아 모닝 2만4899대, 한국지엠 스파크 1만5033대, 르노삼성차 트위지 281대, 현대차 캐스퍼 208대 등이다. 1~3분기 누적으로도 3만대를 넘긴 차종이 없는 것이다.

지난해 이 경차들의 판매량은 9만7071대에 머무르며 10만대 선이 무너졌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경차는 2012년 한 해 판매량이 20만대가 넘었었다. 특히 2011년 모닝(11만7029대)은 현대차의 아반떼에 이어 국내 완성차 판매량 2위에 오르기도 했다. 10년 만에 경차가 몰락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경차를 외면한 이유가 있다. 완성차 입장에선 경차는 이익률이 높지 않다. 경차보다는 중·대형차가, 세단보다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이윤이 더 많이 남는다. 회사 입장에선 돈 안 되는 경차에 신차 개발비를 투입할 이유가 별로 없는 셈이다. 국내 경차 시장에 신차 출시가 뜸한 이유다.

소비자도 크고 비싼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안전과 직결된 만큼 자동차에 대한 씀씀이가 커진 탓이다. 여기에 자동차가 사회적 지위를 상징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올 1~9월 내수 판매량은 10만600대로 국내 완성차업계 경승용차의 총합보다 50% 더 팔렸다.

여기에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흐름도 전기차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의 지원도 과거 경차 중심에서 친환경 차로 이동하고 있다. 배기량 1000cc 미만의 작은 엔진을 단 경차보다, 아예 엔진이 달리지 않은 전기차 등으로 세제 혜택 등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 관련기사: 내 이름은 경차, 어쩌다 찬밥이 됐을까요(2018년 12월7일)

그래도 '키 큰' 경차는 간다

경차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지만 나홀로 성장 중인 차종도 있다. 기아차 레이다. 레이의 지난 1~9월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29.3% 증가했다. 이 기간 레이의 판매량은 모닝을 앞질렀는데, 2011년 레이 출시 이후 첫 역전이다. 기아의 대표 경차가 모닝에서 레이로 바뀐 셈이다.

키 큰 레이는 일명 박스카로 불리는 경차다. 레이의 전고(높이)는 1700mm로 모닝과 스파크보다 215mm 더 높다. 전장(길이)과 전폭(너비)은 같지만 높이를 높여 경차의 공간감을 극대화한 것이다. 뒷자리 시트를 없앤 '레이 밴'은 소형 화물차로 많이 쓰이고 있다.

경제성과 실용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레이는 2016년 1만9819대에서 지난해 2만8530대로 매년 꾸준히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3만대 이상이 팔릴 것으로 보인다.

키 큰 경차의 인기는 지난달 출시된 캐스퍼로도 증명됐다. 지난달 14일 주문 첫날 캐스퍼는 역대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사전계약 최다 기록(1만8940대)을 썼다. 캐스퍼의 가장 큰 특징은 경차에서 SUV를 구현했다는 점이다. 전고를 비교해보면 모닝·스파크(1485mm), 캐스퍼(1575mm), 레이(1700mm) 순이다.

4개 차종 모두 전장과 전폭은 같다. 현대차가 2002년 아토스 이후 19년 만에 경차를 출시하면서 키 큰 경차를 선호하는 시장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해 경차 SUV를 기획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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