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차가 전기차 아이오닉5의 제조과정이 담긴 3분 47초짜리 영상을 선보였다. 이 영상엔 엔진 대신 모터가 들어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E-GMP)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담겼다.
영상은 클린룸에서 자동으로 조립되는 통합충전시스템(ICCU) 제작과정에서 시작한다. ICCU는 차내의 고전압 배터리와 보조배터리를 모두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덕에 아이오닉5는 세계 최초로 차량 외부로 전원을 공급하는 'V2L' 기능을 장착했다.
그다음은 구동 장치인 PE시스템 제조과정이다. PE시스템은 내연기관차의 파워트레인을 대체하는 것으로 모터·감속기·인버터가 일체화됐다. 이중 모터엔 고난도 공법인 '헤어핀 권선'이 사용되는데 로봇이 머리핀을 닮은 헤어핀 권선과 코일이 감긴 고정자를 조립했다. 작업자들은 정교한 연결 작업을 도울 뿐이다.
전기차의 심장 배터리 조립과정은 더 정교하다. 우선 배터리의 기본 단위인 셀에 폴리우레탄(PU) 패드를 붙이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작업자가 PU패드를 쌓으면 자동화 설비가 패드를 셀에 착 붙인다. 이때 자동화 설비는 PU패드에 정전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제어한다.
PU패드를 점착한 셀은 자동화 시각 검사인 비전 시스템이 점검한다. 이후 6축 다관절 로봇이 12개의 셀을 차곡차곡 쌓아 1개의 모듈로 만든다. 품질을 위해 로봇은 0.2mm 편차에서 셀을 옮긴다.
이렇게 완성된 모듈 여러 개를 모으는 것이 배터리 팩 조립이다. 상·하부 배터리 케이스를 70여개의 볼트와 너트로 고정하는 작업도 자동화됐다. 비전 시스템이 볼트와 너트의 위치를 파악하고, 6축 다관절 로봇이 볼트와 너트를 조인다.
완성된 배터리 팩은 무인운반장치(AGV)가 운반한다. 무선통신과 추돌방지 센서가 장착된 AGV는 자율주행된다. 사람이 거의 사라진 '스마트 팩토리'다. 배터리 팩과 ICCU, PE시스템, 서스펜션, 구동계 등이 한데 모이면 E-GMP 플랫폼이 완성된다.
마지막은 E-GMP 플랫폼에 차체를 얹는 과정이다. 로봇이 차체를 조립하고 도색한다. 여기에 램프, 윈도, 계기판 등이 더해진다. 각종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파악하는 '전장 집중 검사'도 컴퓨터를 통해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작업자가 의장 라인에서 점검을 끝내면 아이오닉5가 최종 완성된다.
3분 47초짜리 이 영상을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부터 아이오닉5는 눈 밖으로 사라진다.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자동화된 조립시스템이다. 빠르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로봇, 사람의 눈보다 더 정확한 비전 시스템, 무거운 부품을 실어나르는 무인운반장치 등이다. 이 광경을 직접 보니 여러 감정이 뒤섞였다. 최첨단 기술을 직접 본 놀라움과 머지않아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겠다는 두려움이었다.
최근 진행된 현대차 노조의 쟁의행위 투표에서 노조 조합원(4만8599명) 중 73.8%가 파업에 찬성했다. 파업에 찬성표를 던진 3만5866명이 이 영상을 봤을까. 봤다면 그 충격은 더 했을 것이다. 미래차 시대에 일자리를 위협받을 것을 어슴푸레 예상했겠지만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세상은 이미 변했다. 전기차 시대에 기존 내연기관차의 부품의 30~50%의 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이오닉5도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30%가량 준 것으로 전해진다. 부품이 줄면 일자리도 준다. 하지만 이번에 노조는 임금인상과 함께 정년연장, 일자리 유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부품은 줄었는데 일자리는 유지하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뻔하다. 그 회사는 미래차 경쟁에서 뒤처져 내연기관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회사가 도태되면 로봇으로부터 지킬 일자리 자체가 없어진다. 노조가 갖는 두려움은 공감된다. 하지만 파업으로 일자리를 지킬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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