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국내 완성차 업체의 내수 판매를 3가지 특징으로 정리했다. 자동차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판매 감소, 현대차보다 승용차·레저용 차량(RV)을 더 많이 판매한 기아,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쌍용차보다 판매 실적이 밀린 르노삼성차·한국지엠 등이다.
'작년 5월' 아닌 '지난 4월'과 비교해보니
현대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32만3129대로 작년동기대비 42.7% 증가했다. 반면 전월대비로 보면 7.5% 감소했다. 작년 5월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했던 때다. 기저효과를 제외하고 차 반도체 판매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선 '작년 5월'보다 '지난달'과 비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얘기다.
올해 현대차의 월간 판매량을 보면 1월 32만1148대, 2월 30만575대, 3월 37만8511대, 4월 34만9297대, 5월 32만3129대 등으로 월평균 33만4532대를 팔았다. 지난달 실적이 평균 판매량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기아의 판매 흐름도 비슷했다. 지난달 기아의 판매량은 24만5994대로 전년동기대비 49.2% 늘었지만 전월대비로는 2.9% 줄었다. 코로나19 판매 쇼크에서 완전히 벗어났지만 차 반도체 부족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현대차 아산공장은 지난달 24~26일 생산을 중단하는 등 차 반도체 부족 현상에 현대차그룹도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우가 형 따라잡았다
지난달 내수 판매량은 현대차(6만2056대)가 기아(4만7901대)를 앞섰다. 하지만 승용차와 RV 실적만을 떼어내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우가 형을 따라잡았다.
지난달 기아의 RV 내수 판매량은 2만1097대로, 현대차(1만5981대)보다 32% 많았다. RV가 아닌 '상용'으로 분류된 현대차의 다목적차량(MPV) 스타리아(3232대)와 스타렉스(344대)를 포함하더라도, 기아가 현대차를 앞섰다. 내수 시장에서 기아가 RV 명가 자존심을 지킨 셈이다.
현대차는 승용차 시장에서도 기아에 밀렸다. 지난달 기아의 내수 승용차 판매량은 2만2077대로, 현대차(1만9723대)보다 11.9% 많았다. K5(6034대)가 쏘나타(5131대)를 앞섰고, 신차효과를 앞세운 K8(5565대)이 '판매왕' 그랜저(7802대)의 뒤를 따라붙으면서다. 여기에 현대차에 없는 기아의 경차 모닝(2967대)과 레이(3608대)가 선전했다.
다만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가 별개로 판매 실적이 집계되고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지난달 제네시스 내수 판매량은 1만3031대 수준이다. 이 수치를 현대차의 승용차와 RV에 포함하면 기아보다 앞선다는 얘기다. 하지만 제네시스가 나홀로 서기에 나선만큼 내수시장에서 기아가 현대차를 앞섰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쌍용차에 밀린 르노삼성·한국지엠
외국계 자본 완성차업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르노삼성차 실적이다. 지난달 르노삼성차의 판매량은 1만348대로 전년동기대비 13.3% 감소했다. 코로나19 위기 때보다 덜 팔렸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달 내수 판매량은 4635대로 전년동기대비 56.2% 급감했다. 올해 1~5월 누적 내수 판매량(2만3230대)도 전년동기대비 44.1% 줄었다.
내수 시장에서 차종별 판매량을 보면 QM6가 3081대로 전체의 66%를 차지했다. SM6(222대), XM3(984대), 르노 조에(103대), 르노 캡처(149대) 등 그 외 모든 차종은 판매량이 1000대를 넘지 못했다.
이는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에도 밀리는 실적이다. 지난달 쌍용차는 국내에서 4956대를 팔았다. 작년 5월과 비교하면 32.8% 줄었지만 지난 4월보다 49.4% 증가하며 바닥을 친 모양새다.
르노삼성차의 수출이 되살아난 것은 위안거리다. 지난달 르노삼성차의 수출은 5713대로 전년동기대비 320.7% 증가했다. XM3의 지난 5월 수출 물량은 4247대로 XM3의 첫 수출 이후 가장 많은 선적이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달 한국지엠의 수출(1만1831대)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지엠은 수출에서 선전했지만 지난달 내수 판매량이 4597대에 머물며 내수 꼴찌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