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업계의 올해 판매 '중간 성적표'를 집계해보면 10대 중 7대는 현대차·기아, 2대는 수입차, 1대는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한국GM·르노삼성자동차·쌍용자동차)였다.
현대자동차·기아는 3년 연속 70% 판매 점유율을 유지하며 독보적인 내수시장 장악력을 보였다. 반면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의 점유율은 10% 밑으로 떨어지며, 수입차에도 확 밀린 신세가 됐다. 현대차그룹과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지고 수입차로 인해 소비자 눈높이는 더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습관성 파업'도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차·기아, 수입차는 '질주'
올해 상반기(1~6월) 국내에서 판매된 자동차 대수는 90만861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소폭(0.8%) 감소했다. 현대차·기아와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는 판매 대수 기준이며 수입차는 등록 대수 기준이다. 점유율로 보면 현대차·기아 73.8%, 수입차 16.4%,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 9.8%다.
전체 '파이'는 줄었지만 업계 1위의 점유율은 더 높아졌다. 올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은 66만4479대(현대차 38만6095대·기아 27만8384대)로 작년 상반기(현대차 36만4108대·기아 27만8287대)보다 3.4% 늘었다. 현대차·기아의 상반기 내수 판매는 2017년 60만대, 2018년 62만대 2019년 63만대, 2020년 64만대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현대차 실적은 그랜저와 아반떼가 견인했다. 올 상반기 그랜저는 5만2830대, 아반떼는 4만222대가 팔리며 전체 판매량의 4분의1을 차지했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7만2710대를 팔며 작년 상반기(4만8886대)보다 48.7% 증가했다.
기아는 레저용 차량(RV) 카니발이 치고 나갔다. 올 상반기 카니발 판매량은 4만6294대로 전년동기대비 167.1% 증가했다. 반면 세단 모델인 K시리즈는 부진했다. 이 기간 K3, K5, K8, K9의 총 판매량은 7만4186대로 전년동기 대비 1만7289대 줄었다.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올 상반기 총 내수 판매량은 8만8625대로 작년동기대비 35.4% 감소했다. 반기 판매량 10만대 선조차 무너진 것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본격화했던 지난해보다 부진한 성적이다. 5년 전(17만9059대)과 비교하면 절반 넘게 줄었다.
이들 중 판매가 가장 급감한 곳은 한국GM이다. 2017년 상반기에 7만대를 넘게 판매한 한국GM은 올해 상반기엔 3만3160대를 파는 데 그쳤다. 다른 두 곳의 상황도 좋지 못하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는 올 상반기 판매량이 2만6626대에 머물렀다. 이는 현대차의 싼타페 한 모델 상반기 판매량(2만6104대)과 비슷한 수치다. 이 기간 르노삼성의 판매량은 2만8840대로 전년동기대비 47.8% 감소했다.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 판매가 후진하는 동안 수입차는 전진했다. 올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14만7757대)은 작년동기대비 15.2% 증가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기록이다. 이 기간 메르스데스-벤츠가 4만2170대를 팔며 1위 자리를 지켰고 BMW(3만6261대), 아우디(1만798대)가 뒤를 이었다.
"파업으로 경쟁력 저하"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의 판매 부진은 최근 5년간 상반기 국내 점유율을 비교해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2017년 상반기 한국GM·르노삼성차·쌍용차의 점유율은 각각 8.1%, 5.9%, 6%였지만 올해 각각 3.7%, 3.2%, 3% 등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3사 합산 20% 남짓했던 점유율이 이제는 10%도 되지 않는다.
3사의 점유율은 현대차·기아와 수입차가 채웠다. 특히 수입차는 2018년 점유율 15.6%로 외자계 국내 3사의 점유율을 처음 역전한 뒤 올해는 격차를 6.5%포인트로 벌렸다.
업계에선 외국계 완성차 3사의 부진 원인 중 하나로 강성 노동조합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를 꼽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파업으로 외국계 완성차 3사의 품질 경쟁력이 크게 저하됐고 그 결과, 국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다"며 "현재 현대차·기아와의 기술 차이가 더 많이 벌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소비자의 눈높이가 많이 높아진 상황에서 외국계 완성차 3사가 생존하는 방법은 품질개선 뿐"이라며 "장기화되고 있는 노사 갈등을 하루 빨리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도 외국계 완성차 3사 중 2곳에서는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최근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76.5%가 파업에 찬성했다.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 짓지 못한 르노삼성차는 노조가 교섭대표 지위를 상실해 새 교섭단을 지정해야하는 교착상태에 빠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