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김동훈 기자] "르노코리아가 그동안 부진했던 이유요? 5분 안에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 10일 기자와 만나 "부진한 배경은 너무 많다"며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닫았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최로 르노코리아차가 경기 용인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에서 개최한 기자 간담회가 끝난 직후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3월1일 새롭게 르노코리아를 이끌기 시작한 드블레즈 대표의 취임 102일째 되는 날 열렸다.
등판 100일 신임 대표 "10% 점유율 목표"
부진했던 회사의 부활을 위해 등판했을 드블레즈 대표의 취임 100일을 돌아보면 상당한 변화들이 있었다. 지난 3월16일부터 사명을 기존 '르노삼성자동차'에서 '르노코리아자동차'(Renault Korea Motors, RKM)로 공식 변경하고 새출발했다.
특히 르노코리아는 지난달 유상증자와 함께 중국 길리 오토모빌 홀딩스(지리그룹)를 2대주주(지분 34.02%)로 맞이하며 새로운 주주구성도 갖췄다.
이날 드블레즈 대표가 쉽게 답변하지 못했듯, 국내 시장에서 르노코리아는 다양한 이유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단순히 요약하면, 현대차·기아의 견고한 아성과 수입차의 약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작년 기준 현대차그룹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74%, 수입차는 16.4%에 달했다. 르노는 3.6%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취임 100일이 넘은 드블레즈 대표는 기자 간담회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르노코리아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시장 점유율 10%를 본다"며 "내수용 생산은 연간 15만대, 수출까지 고려하면 최대 25만~30만대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르노코리아는 르노와 닛산, 지리를 등에 업고 있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써 현대차·기아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것이 르노코리아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 시장 공략만 고집하지 않고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르노차의 수출 역량을 키워 르노코리아의 지속 가능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그는 "대형차를 선호하는 한국 시장을 위한 차량을 디자인해서 내수 판매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수출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시장 전략은…지리·볼보 '아군으로'
그러면서도 그는 "부산공장 등 생산 기지를 확충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어떤 로드맵으로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는 것일까. 그는 2008~2012년 브라질 시장에서 르노의 점유율을 2%p 증가시킨 경험을 토대로 한국시장 전략을 풀어냈다.
우선 지리, 볼보와의 협력을 제시했다. 르노코리아는 지리와 협력해 하이브리드 신차 등 합작 모델을 오는 2024년부터 선보일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볼보도 자차 기술을 제공할 방침이다. 다만 지리는 증자 등에만 참여할뿐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인적 자원에 대해선 "현재 르노코리아는 연구소에 500명, 부산공장 2000명, 딜러 200명 등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돌파구 마련을 위해 젊고 현대적이고 다문화 경험이 있는 새로운 피를 수혈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동화 계획은 보수적
순수 전기차 사업에 대해선 다소 보수적 태도를 취했다.
그는 "일단 올해 말에 XM3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신규 라인업에 하이브리드를 배치한 뒤 전기차로 나아갈 것"이라며 "르노 브랜드는 오는 2030년까지 유럽에서 전기차 비중을 100%로 하겠다는 계획이나, 한국 시장은 2026년쯤에도 내연기관차 비중이 80%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친환경차 시장의 성장에 차츰 대응하면서 전기차가 대중화하는 시점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이어 "2020년과 지난해 르노코리아의 상황이 좋지 않아 올해와 내년 신차가 준비되지 않았으나, 내부적으로 '오로라'(여명)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사활을 걸고 있다"며 "2027~2028년이 되면 여명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르노코리아 지분을 여전히 보유한 삼성카드와의 관계도 우호적이라고 드블레즈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증자를 하기 전에도 삼성카드와 논의했다"며 "삼성과의 관계는 굉장히 우호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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