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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K9 '예측변속'…"아이폰처럼 판 바꾼다"

  • 2021.07.01(목) 11:28

전병욱 현대차·기아 지능화구동제어 연구위원
세계 최초 탑재된 전방예측변속시스템
"특허만 50건…파워트레인도 플랫폼 시대"

기아 기술력의 정수로 꼽히는 플래그십 세단 '더 뉴 K9'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전방예측변속시스템(Predictive Gear-shift System, PGS)이다. 내비게이션·레이더·카메라 등 3가지 신호로 속도를 예측해 최적의 기어단으로 자동 변속하는 기술이다. 세계 최초로 K9에 탑재됐다.

지난달 29일 K9 시승회에서 전병욱 현대차·기아 지능화구동제어리서치랩 연구위원을 만나 전방예측변속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병욱 현대차·기아 지능화구동제어리서치랩 연구위원 / 사진 = 회사 제공

- 전방예측 변속시스템은 어떤 기술인가.

▲ 수동 변속기 차량 운전자는 똑똑했다. 눈앞의 상황을 판단하고 변속기를 조작했다. 하지만 자동변속기 차는 가속 페달만 달려있다. 일반 도로를 주행할 땐 문제가 없지만 어떤 이벤트가 발생하면 그 상황에 대한 최적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전방의 상황을 통해 자동으로 변속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내비게이션, 전방 레이더, 카메라로 전방의 상황을 인지하고 이를 통해 속도를 예측해 그 속도가 되게끔 변속 단을 거꾸로 맞추는 기술이다. 

- 어떤 상황에서 이용 가능한가.

▲ 전방에 과속단속 카메라 나오면 단속속도를 목표로 잡고, 현재 위치에서 떨어진 거리를 반영해 변속기가 자동으로 제어된다. 내리막길에서도 작동한다. 내비게이션을 통해 내리막길을 인지하고 엔진브레이크를 자동으로 건다. 고속도로 합류 지점에서 스포츠 모드로 전환해주고, 도로에 진입하면 다시 원래 모드로 바뀌게 된다. 다만 이 기술은 자동 제동 기능은 아니다. 너무 속도가 빠르거나 목표지점까지 거리가 가까우면 작동이 어려울 수 있다.

- 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얼마나 걸렸나.

▲ 소프트웨어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데 6년 정도 걸렸다. 자동 변속 기술을 개선하고 내비게이션 신호를 정교하게 만들었다. 특허만 50건가량이 나왔다. 센서 신호로 전방의 상황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특허 등이다. 자동으로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하는 OTA(Over-the-Air) 기술이 나오면서 전방예측 변속시스템 개발에 자신감이 붙었다. 내비게이션이 자동으로 업데이트되지 않으면 상황이 꼬일 수 있었다.

- 스마트 크루즈가 꺼져 있을 때만 전방예측 변속시스템이 작동하던데.

▲ 지금은 1세대 전방예측 변속시스템이다. 운전자의 편리성에 최우선 방점을 뒀다. 앞으로 스마트 크루즈와 전방예측 변속시스템이 같이 가동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크루즈 상태에서 에너지 소모를 절감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다. 내리막일 때 자동으로 중립으로 변속하고 내리막이 더 길고 가파르면 엔진 브레이크를 자동으로 걸어 페달 브레이크의 마모를 줄이는 식이다. 일종의 연비 좋은 크루즈다. ▷'사장님 차' K9, '영앤리치'도 타고 싶을까?(6월30일)

- 세계 최초 기술이라는데.

▲ 롤스로이스가 내비게이션과 변속기를 연동한 기술을 먼저 개발한 것을 두고 세계 최초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롤스로이스는 내비게이션 신호를 받아서 커브 길에서 속도를 줄이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저희 기술은 단편적이지 않다. 내비게이션, 레이더, 카메라를 이용해 변속기를 제어한다.

과거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만들었을 때 기존에 있던 카메라, 인터넷, 전화 등 기능을 하나에 구현했다. 앞으로 기술도 그렇다. 누가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느냐다. 스마트폰 출시 전후로 판이 달라졌다. 이처럼 파워트레인도 과거엔 엔진만 잘하고 변속기만 잘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외부 정보를 이용해 상황에 최적화할 수 있는 플랫폼의 시대로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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