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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부장의 시간]대선 주인공, 삼성도 SK도 아니다

  • 2025.05.20(화) 06:50

21대 대선 이후 반도체 산업 지원 확대 전망
반도체 공정 '국산화' 중요성 커져…소·부·장 주목
미국·일본 양강체제에 중국까지…기술력+가격으로 승부·

제21대 대선 이후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 기업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됐긴 했지만, 본격적인 실행은 대선 이후가 될 거란 전망이다.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소·부·장 경쟁력은 미국과 일본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본격화하면 국내 반도체 소·부·장의 시간이 가까워 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왜 소·부·장인가

소재와 부품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시작된 건 꽤나 오래된 일이다.  2001년 초반 정부는 부품·소재 기업 지원을 위한 법까지 제정하며 제조업의 '기초' 부터 발전시키자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정부 차원에서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산업의 소재 및 부품 기업에 대한 지원을 이어나가면서 부품 산업을 중심으로 대외 수출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부품'보다는 '소재'를 앞세우며 지속해서 관련법을 다듬어 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장비'가 포함된 건 지난 2019년의 일이다. 우리나라와 일본간의 무역분쟁이 본격화 하자 당시 정부는 이 분쟁의 타격을 맞은 제조업 부품, 소재 기업에 더해 장비 기업까지의 지원을 확대하기로 한다. '소·부·장' 지원의 시작이다. 

그러던 것이 2020년대 들어서는 '반도체 소·부·장'으로 범위가 좁혀지기 시작하면서 '핀셋지원'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한다. 전세계 산업 지형이 첨단산업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움직임을 보이자, 반도체 강국 명성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반도체 소·부·장에 대한 중요성이 확대된 데에는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를 넘어 안보까지 좌지우지 하는 중요한 전략 산업으로 자리잡게 되자 반도체 제조 공정의 밸류 체인에서의 글로벌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조화되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라며 "어느 한 분야라도 한 국가 혹은 한 기업이 주도권을 갖는다면 경쟁하는 것이 매우 힘들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소재, 부품, 장비 기업에 대한 지원이 동시에, 큰 규모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반도체 제조에는 다양한 산업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질 좋은 화학 재료(소재)를 확보하고 반도체를 만드는 '기계'에 들어가는 질 좋은 부품을 생산해내는 것 그리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장비' 들이 모두 조화를 이뤄야 한다. 

각 분야는 하나의 기업이 모두 일괄적으로 소화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워낙 범위가 넓어서다. 이 때문에 각 분야에 전문적으로 집중하는 기업들이 필요하고 이를 해내는 것이 지금의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이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종합반도체 회사가 반도체 제조를 위한 모든 공정에 필요한 자원을 스스로 공급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라며 "이 때문에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기업들이 세분화돼 있고 함께 성장해야 반도체 산업에서의 진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갈길 멀지만…'꿈'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반도체 강국으로 꼽히지만 소재, 부품, 장비 분야로 한정하면 이같은 단어가 민망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당장 반도체 공정에서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율만 하더라도 50%가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소재의 경우 한일 무역분쟁 이후 정부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등으로 50%를 간신히 넘어서긴 했지만, 부품의 경우 30%가 채 되지 않는다. 

앞선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D램 시장에서는 7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점유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것은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의 국산화율이 더디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반도체 시장의 규모는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소재, 부품, 장비 기업들 또한 같이 성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경쟁 상대가 만만치 않다. 현재 관련 산업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더 앞서 지원을 대폭 늘린 상황이다. 미국은 종합반도체부터 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까지 모두 갖추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고 일본은 소재·부품·장비 분야를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반도체 산업에서 굴기를 펼치고 있는 중국의 역습 또한 만만치 않다. 중국은 고부가 가치 반도체 제조에 국가적으로 총력을 다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소재·부품·장비 자립률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다만 우리나라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만 따져놓고 보면 전세계 최고 수준을 갖췄다는 점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희망적인 부분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와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 공정은 매우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보유한 소재·부품·장비를 조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라며 "이미 기술력은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정부 지원 아래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다면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한 층 더 높아질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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