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극과 극의 날씨를 보였습니다. '반도체'를 방패로 둔 삼성전자는 비온 뒤에 땅이 굳는 듯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태풍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물산, 호텔신라에 코로나는 감당하기 어려운 폭우인 듯합니다. 현재부터 향후 전망까지 삼성그룹 계열사와 주요 사업 날씨를 기상센터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네, 현재 삼성그룹은 대체로 맑은 가운데 곳곳에 흐리고 비가 내리는 곳이 있습니다. 코로나19라는 '태풍급' 감염병 사태에 영향을 크게 받은 계열사들이 그룹 전체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친 것인데요.
지난 2분기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S·삼성SDI·삼성전기·삼성엔지니어링·에스원·제일기획·호텔신라·삼성중공업 등(이상 영업이익 순) 삼성그룹 비금융 주요 10개 계열사의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7조649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6% 감소한 수준입니다. 다만 매출은 77조35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습니다.
계열사별로 보면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1조5492억원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햇빛이 쨍한 날씨를 되찾았습니다. 삼성물산과 에스원도 영업이익이 소폭 늘어나며 맑은 날씨를 보였습니다. 삼성물산은 건설, 바이오 부문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에스원은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에서 보안 수요가 몰린 덕에 실적에 햇빛이 내리 쬈습니다.
하지만 그 외 계열사들은 모두 영업이익이 감소했는데요. 삼성SDS는 고객사인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서비스 외주 물량을 줄여 구름이 몰려왔습니다. 삼성전기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 더해 코로나19가 겹쳐 저기압권에 놓였습니다.
삼성SDI는 코로나19로 IT,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구름이 꼈습니다. 삼성전기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에 더해 코로나19 폭풍이 몰려와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사업이 다소 빛을 잃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 플랜트 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웠습니다.
제일기획은 KT 등 주요 광고주 광고 대행 물량이 줄어 실적에 구름이 들어섰습니다. 호텔신라는 해외 관광객 입국이 제한되며 빗줄기가 굵어졌습니다. 2분기 실적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삼성중공업입니다. 드릴쉽 악성 재고에서 평가손실이 나오면서 실적에 거센 빗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그룹 전체 실적을 끌고 가는 모양새네요. 삼성전자 분위기는 어떤가요?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코로나19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우려와 달리 차츰 하늘이 맑아지고 있습니다. 하반기부터는 일부 지역에서 하늘을 가렸던 구름도 점차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6.1% 증가한 9조273억원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4분기 영업이익은 9조185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2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간으로 봐도 올해를 기점으로 점차 갤 것이 예상됩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영업이익 32조5283억원 달성이 기대되는데요. 이는 전년 대비 반토막 났던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17.1% 증가한 수준입니다. 이어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40조원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삼성전자의 2021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43조6686억원, 2022년은 47조5602억원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내년부터 영업이익률도 10% 후반대로 올라서게 됩니다.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 수준에 점차 근접해가는 것이죠.
삼성전자도 사업에 따라 온도차가 적지 않다고 하던데, 사업부별 분위기는 어떤가요?
우선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은 메모리 수익성 개선, 디스플레이의 일회성 수익의 영향으로 맑은 날씨를 되찾았습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은 코로나19 폭풍 속에서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제몫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업무, 학습 등이 확산되며 이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해서 그렇습니다. 폭증한 디지털 정보 교류를 매개하는 서버용 반도체, 재택 근무에 필요한 노트북 등 컴퓨터용 반도체가 구름을 일부 몰아냈습니다. 디스플레이는 고객사인 애플로부터 받은 1조원대의 보상금 영향으로 잠시 비가 그친 정도로 보면 좋겠습니다.
CE(소비자가전) 부문은 코로나19로 주요 지역이 봉쇄되며 시장 수요가 감소했지만, 마케팅 비용 절감과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맑은 날씨를 이어갔습니다. '그랑데AI', '비스포크' 냉장고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와 에어컨의 계절적 성수기 효과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IM(IT·모바일) 부문은 코로나19로 인한 스마트폰 시장 침체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스마트폰 판매량과 매출이 전 분기 대비 줄어든 것입니다. 하지만 마케팅비 절감 등을 통해 이익을 견조하게 유지하며 구름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영향력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그룹 실적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어깨가 무거울텐데요. 3분기 이후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하반기에도 반도체 사업은 쾌청한 날씨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중저가 스마트폰, 신규 게임 콘솔 출시에 따른 전방 수요가 햇볕을 나눠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서버용 고객사들의 높은 재고 수준으로 인한 메모리 가격 하락 압력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CE 부문은 상반기 위축됐던 소비 심리가 풀리면서 맑은 날씨를 보이겠습니다. 3분기에는 보복적 소비가 늘고, 4분기 전통기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차츰 고기압 영향권에 접어들겠는데요.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불확실성은 큰 상태입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활약과 중가모델 위주 스마트폰 출하량 확대에 따라 IM 부문에도 볕이 강하게 내리쬐겠습니다. 지난 6월을 기점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점진적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유의해야겠습니다.
디스플레이 사업에는 다시 먹구름이 몰려오겠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에 드리웠던 먹구름이 빠르게 걷히고 있지만, 디스플레이 사업 회복에는 이보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코로나19로 부품 공급의 어려움을 겪은 애플이 신규 스마트폰 출시를 연기하면서,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둔 삼성디스플레이도 이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4분기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른 계열사도 코로나19 태풍의 영향권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으면 해외 수주를 따내기가 더 어려워져 하반기부터 더 강한 저기압권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호텔신라는 코로나19 국면이 진정돼야 빗줄기가 줄어들 전망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줄어든 신규 수주가 개선되지 않으면 빗줄기가 더 굵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반면 삼성SDS는 기업들의 잇단 IT 투자가 이어지면서 구름대가 물러갈 것으로 보입니다. 에스원은 무인 주차장, 무인 점포 등 비대면 신규 사업으로 하반기에 햇살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제일기획은 중국 등 주요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햇살이 비치는 고기압권에 들어설 것으로 접쳐집니다.
삼성물산은 하반기 실적이 대체로 화창할 것으로 기대됩니다만 정부 부동산 규제 등으로 사업 수익성에 구름이 일부 낄 가능성도 있습니다. 삼성전기, 삼성SDI는 주요 고객사인 스마트폰 업체 시황에 따라 구름이 걷힐 지가 판가름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워치전망대에서 기업캐스터 백유진, 최형균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