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억눌렸던 스마트폰 수요가 점차 회복되면서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특히 지난 3분기에는 미국의 중국 화웨이(華爲) 제재와 애플의 '아이폰12' 출시 연기에 따른 지각변동이 극심했다. 삼성전자는 3년 만에 영업이익 4조원대를 회복하고 샤오미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서 점유율을 늘린 반면, 애플의 아이폰 매출은 20% 이상 감소하는 이변이 속출했다.
4분기에도 파란이 예상된다. 애플이 지난달 뒤늦게 출시한 아이폰12가 시장에서 붐을 일으키며 본격적으로 신작 실적이 반영되는 4분기 역대급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연말 성수기를 맞아 적극적인 판촉으로 수위를 지키겠다는 태세다. 하지만 신작 공백기인 만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1위 지킨 삼성, 샤오미에도 밀린 애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마켓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32% 성장한 3억660만대를 기록했다. 7980만대를 판매한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전년 동기 21%에서 22%로 1%포인트 상승해 1위를 유지했다.
3분기 출시한 플래그십(최상위 모델)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20'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영향이다. 중저가형 'A' 시리즈와 'M' 시리즈가 각각 미국과 인도시장에서 선전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것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분석이다.
샤오미는 화웨이 제재로 인한 수혜를 가장 크게 봤다. 3분기 화웨이 시장 점유율은 14%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포인트 하락했는데, 샤오미가 이를 흡수했다. 샤오미의 3분기 점유율은 13%로 전년 동기 대비 5%포인트 올랐다. 중국 시장에서의 빠른 성장과 더불어 중남미·유럽 등에서 시장을 확대한 결과다. 결국 샤오미는 올 3분기 처음으로 애플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이에 비해 애플은 신제품 출시가 4분기로 미뤄지면서 3분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 4위로 밀려났다.
◇ 삼성·애플, 3분기 엇갈린 실적
삼성전자와 애플의 3분기 실적을 들여다보면 승패가 더욱 명확히 갈린다. 먼저 삼성전자의 3분기 IM(IT&모바일) 부문 매출은 30조4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2.4% 늘어난 4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와 비교했을 때 128.2%나 늘었다. 삼성전자 IM부문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은 것은 2017년 2분기 이후 3년여 만이다.
이같은 호실적은 3분기 '갤럭시 노트20', '갤럭시Z 폴드 2' 등 플래그십 모델 출시 영향이 컸다. 3분기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50%가량 증가했다. 이와 함께 비용 효율 제고 노력과 효율적인 마케팅비 집행도 영향을 줬다. 매년 미국 등 해외서 오프라인으로 열었던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관련 비용이 대폭 줄어든 것도 수익성 확보의 배경이 됐다.
이와 달리 애플의 3분기 아이폰 매출은 264억4400만 달러(30조19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7% 감소했다. 예년까지는 3분기에 아이폰 신작의 실적이 일부 반영됐는데, 올해는 출시 시점이 미뤄지면서 매출이 감소한 것이다. 애플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부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매년 9월 진행했던 아이폰 신작 발표를 한 달가량 미룬 바 있다.
제품부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 판매가 줄면서 애플의 제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서비스 매출이 16.3% 성장하면서 실적 악화를 방어했지만 전체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애플 전체 3분기 영업이익은 147억7500달러(16조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동기 대비 5.4% 준 것이다.
◇아이폰12 성과는 4Q부터
하지만 4분기에는 격전이 예상된다. 아이폰12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애플의 극적인 실적 개선이 사실상 예정돼 있어서다. 아이폰12가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이다보니 대기 수요가 많았고, 애플이 역대 최다 모델을 출시한 만큼 올 4분기 애플은 높은 수준의 매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국내보다 앞서 아이폰12를 출시한 해외에서는 첫날 판매량이 최대 200만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만 등 일부 국가에서는 물량 부족에 따른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출시 당일에만 10만대 이상이 개통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작인 아이폰11에 비해 30%가량 많은 수준이다.
이에 반해 통상 매해 1분기와 3분기에 신제품을 출시하는 삼성전자에게 4분기는 신모델 출시 효과가 떨어지는 시기다. 지난달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무선사업은 플래그십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 등 계절적 요인으로 전 분기 대비 스마트폰 판매 감소, 제품 믹스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업계 경쟁은 심화되고 연말 성수기 시즌 대응을 위한 마케팅비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하락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 출시로 삼성 등이 작년부터 선점해 온 5G 스마트폰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내년 5G 스마트폰 점유율은 애플(24.2%)이 1위를 차지하고 화웨이(22.2%), 삼성전자(15.1%)가 뒤를 이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스마트폰 판매 절대량이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도 삼성전자에겐 해결해야 할 숙제다. 업계에서는 올초 출시된 '갤럭시 S20'의 올해 출하량을 2200만대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작인 '갤럭시 S10'의 출시 당해년도 출하량(3280대)보다 1000만대 이상 적은 수치다. 노트20의 하반기 출하량 역시 전작(노트10)에 비해 26% 줄어든 740만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삼성전자는 예상보다 이른 신작 출시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통상 2월 발표했던 갤럭시S 시리즈(갤럭시S21)를 한달가량 앞당긴 1월 공개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스마트폰 핵심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내년 1분기 신제품 생산이 어려워진 화웨이의 빈 자리를 노리는 동시에, 신작 공백을 줄여 애플의 아이폰12를 견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LG전자 "화웨이 빈자리 먹겠다"
LG전자도 화웨이의 빈 자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화웨이 제재로 인한 점유율 변화가 미국·한국·일본 등 선진국보다 유럽과 중남미에서 주로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이들을 공략할 만한 보급형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달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LG전자는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등에서는 경쟁력이 개선된 제품과 소비자 신뢰 확보를 통한 매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유럽에서는 5G와 새로운 폼팩터를 내세워 화웨이의 빈자리를 노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LG전자의 보급형 강화 전략은 지난 3분기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바 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3분기 매출은 1조5248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6.4% 늘었는데, LG전자는 주요 원인으로 '북미와 중남미 지역에서의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 증가'를 꼽았다. 그 덕에 영업손실도 14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28억원, 전 분기 대비 581억원 개선됐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 스마트폰은 보급형인 'Q·K' 시리즈를 앞세워 미국에서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고, 실로 오랜만에 매출액이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ODM(제조자개발생산) 확대 등을 통해 손익 구조를 개선시키고 있고, 화웨이 제재에 따른 일부 반사이익도 예상된다"고 분석했다.